자주조희풀(분홍)
보개산 자락 어디쯤에 자주조희풀 분홍꽃이 피었다길래 찾아나섰다.
그 어디쯤이란 곳은 고대산 정상을 가뿐하게 찍고
금학산 방향으로 하염없이 걷다보면 우연처럼 마추치게 된다고.
여러 날 심각하게 고민했다.
죽은 조상님이 환생해
그 자리에서 후손인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급한 기별은 받은 것도,
삼십 년 전 헤어진 사랑과
초복 전날 딱 거기서 재회하자 언약한 것도 아닌데
그깟 분홍꽃 하나 보자고 산 고개를 두 번씩이나 넘자니 기가 탁 막힌다.
그래도 분홍,분홍꽃이라니...
한차례 비가 지날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우비를 챙겨 갔으나
하산하도록 비는 만나지 않았다.
시간이 좀 단축될까 싶어 가파른 2코스로 올라갔다.
원추리
이정도야...
산뜻하게 정상 데크를 밟고 북쪽 금학산 방향으로 달려!
빠질 수 없는 커피 타임
동자꽃
지나친 건 아닐까, 들은 정보보다 훨씬 더 먼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으로 풀 우거진 길을 헤치며 걷다보니
정말 기적처럼 짠~ 눈 앞에 나타난 분홍 조희풀.
정식 이름은 자주조희풀이라지만 자주색이라곤 눈꼽 만치도 없는
순수 분홍색이니 분홍조희풀이라 불러줘도
딴지 걸 사람은 없을 듯 싶다.
자주조희풀
보개봉을 넘어 금학산 방향으로 전진하지 않고 고대산으로 되돌아 왔다.
두 번째 넘는 고대봉.
까불거릴 힘이 없다.
자꾸 스텝이 꼬여 술 췐 놈마냥 휘청거리며 산을 내려와야 했다.
살아서 돌아온 것만도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