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기침이 잠과 입맛을 빼앗아간 요즘.
몸이 고달프자 마음까지 덩달아 앓는 소리를 합니다.
적잖이 살아왔지만 사는 거 참 만만치 않음을 느낍니다.
가끔은 그 던적스러움에 몸서리치기도 하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걱정 또는 고통질량 불변의 법칙.
겨우 극복했다 싶은 무엇 하나가 생기면
곧바로 그 자리를 채우는 쓰디 쓴 무엇 하나.
그러려니 주문도 통하지 않을 때는 환장하죠.
몇 개 안되는 설거지도 미룬 채 드러누워 노래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콜드 플레이의 fix you.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s your bones
And I will try to fix you
빛이 너를 집으로 이끌어 줄거야
그리고 네 영혼을 밝게 비춰 줄거야
그럼 내가 너를 고쳐 줄게
마지막 소절은 효과 빠른 진통제 같더군요.
백영옥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죠.
실땅님과 약속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을 무렵입니다.
카페 한귀퉁이에 앉아 아무 곳이나 펼쳐 읽었습니다.
아!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이런 날에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니?
그래요.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어쩐지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가 아는 한 빨강머리 앤보다 더 확실한 위로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쯤은 피었을 게 분명한 노루발풀을 만나러 갔습니다.
꽃대가 족히 서른 개도 넘는 무더기 풍경은 끝내 담지 못하고
반쯤 피고 반쯤은 병이 든 노루발풀 하나를 붙들고 씨름했습니다.
결국 이거 하나 들고 왔죠..
패도 한 놈만 잡아 패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
떠들어댄 입방정이 화근이었을까 싶어 쓴웃음이 나더군요.
구식 똑딱이 카메라가 문제야.
확 바꿔버리던가 해야지.
핑계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죠.^^
여전히 비상 중인 제비들보다 나무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시선이 머문 순간.
그리고 개망초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날.
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