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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163

눈은 폭폭 나리고~ 사는 것도 폭폭하고. 2022. 1. 19.
작업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자리에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엎어지면 텃밭이죠.    집과 텃밭 중간쯤이니까요.    작업대와 비품보다 꽃들이 먼저 입주 했습니다.    색색의 꽃들이 창가에 자리 잡자 삭막했던 공간이 기분좋은 향기로 가득찼습니다.     이곳에서라면 석달열흘 아니 서너 해쯤 소득없이 탱자탱자 논다해도    손해보는 일 아닐 것 같네요.    무언가를 판매하거나 관련 수업을 할 목적으로 얻은 게 아니므로     당연히 상호도 간판도 없습니다.    해서 공방이 아닌 작업실이죠.    적어도 일 년 이상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 합니다.    소원하던 캡슐 커피머신과 냉장고는 협찬 받았습니다.    감사가 사무치네요.^^    벗님, 이웃님들! 따뜻하거나 시원한 커피 생각나시면 언제든 .. 2019. 3. 26.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 카페 온실             새해들어 자주 만나는 친구,동생,이웃들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            릴레이 경주라도 하는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드는 경사 덕에 입이 호강하는 요즘이다.            자녀 장학금 세 건,정년 퇴직한 남편 재취업 한 건,신차 구입 두 건,땅문서 한 건.            자랑은 짬뽕이나 커피와 함께~가 우리 동네 암묵적 룰.            무언가를 먹으며 듣는 자랑은 배알도 안 꼴린다.            배 부르고 입 향기로우면 칭찬과 축하의 말도 절로 술술 나오고            그러다보면 기쁨도 뻥튀기 한 것처럼 몇 배 늘어난다.            가까운 지인들의 환한 웃음을 보니 덩달아 신난다.  .. 2019. 3. 6.
송년 인사 컵을 감싸쥔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라떼의 온기보다    창으로 스며든 햇살이 더 따끈한 오후 세 시.   카페 온실에 있었습니다.   자주 저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나어린 벗에게 말했어요.   내년에는...더 부지런해지던지 더 게을러지던지.   이게 제 신년 계획입니다.   둘 중 하나겠지요.   아니면 짬뽕이던가요.    얼마 전부터 바느질 도구와 재료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습니다.   버리기 위한 정리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정리 정돈입니다.   사실상 놀이터가 될 작은 공방 자리도 물색 중이구요.    함께 할 벗이 있으니 잘 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야 할 책들 목록도 메모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독서는 정말 꽝이었죠.   잠들기 전 시늉이라도 하던 책 읽는 습관이 어느 틈에  .. 2018. 12. 31.
자화상에서 찔레꽃까지 세종문화회관,어제 6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9집 앨범에 수록된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라는 노랫말로 시작한 공연은    찔레꽃과 꽃구경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평소 애청 또는 애창하는 노래,허허바다와 눈동자,님은 먼곳에가 있어 좋았다.   다만 장사익풍의 상여소리, 하늘 가는 길은 이번 공연에서도 들을 수 없었는데    그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찾아가 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와 보니 돌아온 곳 없네   다시 떠나가 보니 떠나온 곳 없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해미가 깔린 새벽녘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   정호승 시인/ 허허바다    분명 가락에 맞춘.. 2018. 11. 26.
허무하게 끝난 여름휴가 느린섬 여행학교죠?  22일이나 23일 ,묵을 방이 있을까요?  빈방은 있습니다만 어떻게 오시려구요?  완도에서 들어가는 배가 있던데요.  태풍이 온다는데 배가 뜨겠습니까?  아! 그렇지 태풍...  급히 일기 예보 검색을 해보니 가까운 바다 가운데 태풍 솔릭의 왕방울 눈이 가히 위협적이다.  이때 앞으로 닥칠 일을 예상했어야 했다.    대체로 일 년 열두 달이 휴가나 마찬가지인 나와 달리   직장에 묶여 살던 남편이 여름 휴가를 맞았다.  휴가라는 건 늘 부대끼고 사는 것에서의 일시적 해방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남편이 직장에서 일시 탈출한 것처럼   나도 직장이나 다름 없는 집에서 탈출해야 맞다.  한량 비슷하긴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내 신분은 전업주부.  각자 업에서 벗어나 각자 어디론가 떠.. 2018. 8. 29.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하기로 했다.블로그.2009년 시작했으니 올해만 지나면 십 년이다.잡다한 일들로 종종 거리던 하루 일과를 마친 늦은 밤,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켤 때면 기분이 좋았다.거미줄처럼 엮인 이러저러한 인연의 끈을 잠시 내려놓고 비로소 나와 대면하는 시간은 홀가분했으며내가 보고 사랑한 것들을 차곡차곡 채우는 과정은 적금통장 만큼이나 뿌듯했다.가끔 지랄맞은 권태의 수렁에 빠져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무슨 의미가 있긴 한 걸까?이런 따위의 물음표를 붙들고 씨름하는 날들만 없다면 블로그 마당은 대체로 즐거운 놀이터였다.십 년,변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습관이 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습관은 참 집요하고 무섭다.잊기에 충분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문득문득 찾아와 대문 쪽문 모두 닫아걸은 집 휘이~ 둘러보고 가시는 오.. 2018. 4. 6.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아무도 가지 않은 눈밭에 콩콩 찍힌 고라니 발자국  뜨거운 카페라떼 혹은 차가운 아메리카노  봄 햇살 머금은 담벼락  엄마가 내 입에만 넣어준 엿 한 토막  파란색 물방울 무늬 쉬폰 원피스  벚꽃 그림엽서  찔레꽃 향기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  잘 그려진 눈썹  초록잎에 부딪혀 잘게 부서지는 바람소리  초가을 새벽 공기  계수나무 하트잎  프리지아  새책 냄새  군고구마  사르르 녹는 밀크초콜렛  비 내리는 거리에서 듣는 비틀즈  엄마! 딸이 부르는 소리  우리 또는 함께로 시작하는 대화   디오게네스 흉내내는 강아지 2018. 2. 13.
안녕하신지요? 너무 오래 쉬었나 봅니다.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는 겨우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별일 없는 게 별일,저는 여전히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휴대폰에서 서로 연락하지 않아 화석화된 전화번호를 지우고서랍을 뒤적여 찾아낸 안 입거나 못 입는 옷과 살짝 코팅이 벗겨진 냄비를 재활용 상자에 던져넣는 것으로 묵은 해를 보냈죠. 그리고 의미를 잃은 지 오랜 새해를 맞았구요.그렇게 많은 계절을 보내고도 갓 시집 온 새댁이 시어머니 얼굴 마주하는 것처럼 여전히 불편하고 힘든 게 겨울입니다. 더구나 오늘은 영하 이십도.영하 이십도라면 얼마 전 한바탕 홍역을 치룬 터라 새삼스레 놀랄일은 아니죠.하지만 맞아본 사람만이 아는 체감 통증은 다릅니다.맞은 자리 또 맞는 기분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어느 해 겨울 축제에 갔다가 진저.. 2018. 1. 24.
이삭줍기 링컨 기념관 앞에서 멀리 워싱턴 기념탑을 바라보고 있을 때       Segway를 탄 사람들이 스르르 지나갑니다.      내년 봄 집과 텃밭을 오갈 때 이용하면 참 좋겠구나 싶었죠.     당근 폭풍 검색질로 가격을 찾아봤습니다.      으악까지는 아니지만 헉 소리나게 비싸더군요.      그냥 커다란 바구니 달린 자전거 한 대 사는 걸로요.      겨우내 아픈 팔 치료를 마친다는 가정하에 이러저러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섣불리 텃밭 얘기 꺼냈다가는       참을 인자를 다 써버린 남편한테 쫒겨나지 싶습니다만.      링컨 기념관 앞 대리석 바닥에 새겨진 글입니다.       표면이 말라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그때 누군가 물을 뿌렸죠.       꿈이.. 2017. 12. 18.
워싱턴 국립미술관 백악관,국회의사당,링컨 기념관,한국전 참전 용사비,워싱턴 기념탑.      워싱턴의 주요 관광 코스입니다.      과연 미국 정치 일번지답습니다.      여행 열흘 일정 중 아흐렛날이고 다음 날 오전 미우주항공박물관 관람을 남겨두긴 했으나       사실상 마지막 날입니다.      벼락치기 시험공부하는 학생마냥 뒤늦게 모범적인 관광객 흉내를 내봅니다만       피로도는 이미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죠.      삼시세끼 잘 차려진 밥상 따박따박 받아 먹으며 다니다 보니       사육당하는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 하시던 분이       관광과 다이어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제가 부럽답니다.      오죽하면 여북하더라고 밥상이 아니라 젯상 바라보듯 했던 심정,이해불가였을 겁니다.      이번 .. 2017. 12. 14.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의 상징이죠.      가까이서 보고 싶으냐 동생이 묻더군요.      제 대답은 변함없습니다.      아니, 너만 보면 돼.      사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봤습니다.      이제껏 본 것만으로도 머리 속은 뒤죽박죽,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짬뽕 사발입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나 지식 없이 무턱대고 떠난 여행이었어요.      오죽하면 일정표조차 제대로 읽지 않았으니까요.      보이는 게 많지 않으니 감흥도 떨어졌죠.      아는 게 없어 좋았던 것이라면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      무진장 억울하거나 서러운 일이 생겼을 때 목놓아 울기 딱 좋을 나이아가라 폭포 말고는      마땅히 기억의 저장고에 넣고 싶은 풍경은 없었습니다.      따로 메모조.. 2017.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