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을 감싸쥔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라떼의 온기보다
창으로 스며든 햇살이 더 따끈한 오후 세 시.
카페 온실에 있었습니다.
자주 저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나어린 벗에게 말했어요.
내년에는...더 부지런해지던지 더 게을러지던지.
이게 제 신년 계획입니다.
둘 중 하나겠지요.
아니면 짬뽕이던가요.
얼마 전부터 바느질 도구와 재료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습니다.
버리기 위한 정리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정리 정돈입니다.
사실상 놀이터가 될 작은 공방 자리도 물색 중이구요.
함께 할 벗이 있으니 잘 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야 할 책들 목록도 메모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독서는 정말 꽝이었죠.
잠들기 전 시늉이라도 하던 책 읽는 습관이 어느 틈에
드라마 시청으로 바뀌고 말았거든요.
몇 해 전,김혜수 주연 '시그널'을 계기로 드라마 폐인이 된 이후
최근 현빈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믿고 보는 tvn드라마!
새해에는 좀 덜 믿고 덜 보면 좋겠는데 말이죠.
새해라는 말 참 좋아요.
이제 더 이상 수정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얼룩지고 망가진 그림 앞에서 망연자실 할 무렵
옜다! 새해 한 장!
다시 선물처럼 주어진 하얀 도화지 같은 거죠.
그 도화지에 그려넣고 싶은 건 바느질과 독서 뿐만이 아닙니다.
온화한 색감의 사진에 홀딱 반해 충동적으로 구입한
최신형 아이폰으로 온화한 풍경과 사람을 담아보는 것.
사실 검색만 하면 차고 넘치는 게 근사한 꽃사진이어서
굳이 그 분야까지 제 수고를 더할 필요 없죠.
해서 아이폰을 구입하며 올 겨울 장만하려 했던 접사렌즈를 포기했습니다.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꽃동무님들 사진으로 대신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는요.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어요.
적지 않은 나이의 묵직한 무게감 때문일까요,
언제부턴가 무거운 게 싫어졌습니다.
옷도 가방도 감정도 심지어 인간 관계도요.
가벼워지고 가벼워지기,농담처럼 말이죠.
대신 입은 무거워져야겠지요?
도화지 한 장에 그려보고 싶은 게 많으니
새해엔 부지런한 쪽으로 가야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버리지 못한 제 못된 버릇,
걸핏하면 다짐 혹은 약속 따위를 헌신짝 취급하는 거죠.
굳은 의지,참을성,끈기,인내...이미 제 사전에서 삭제된 말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제 자신과 싸우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나약하고 게으르고 변덕스런 자신과 싸워 끝내 이기리라!
이런 다짐 정말 싫습니다.
제 자신은 싸워 무찔러야 할 적이 아니라
생겨먹은 그대로 사랑해야 할 존재이므로...이거 좋네요.ㅋ
즐기기에서 스트레스로 넘어가는 순간
오색찬란한 신년 계획은 헌신짝이 되어 쓰레기통으로 휙 던져질 수도 있겠지만
내일이면 기해년 새해,
건강하게 살아 맞이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보잘것 없는 블방을 방문해주시는 몇 안 되는 블친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보다 더 근사한 인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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