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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163

죽기 전에~ 볕바른 흙담에 기대어 졸아보기발바닥에 물집 생길 때까지 걸어다니기아침에 동해에서 해돋이를 보고 저녁에 서해에서 해넘이 보기노랑망태버섯이 피고 지는 모습을 곁에서 다 지켜보기몽골 초원이나 사막에 누워 밤하늘 별 보기논두렁 태워보기가족 부양의 책임을 다한 남편에게 표창장 수여하기묵언수행 하기따끈한 온돌방에 엎드려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하고 툭~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들어보기죽음을 맞이한 누군가의 손 잡아주기개인적인 소유물을 종이상자 하나 분량으로 줄이기적금 타서 자선냄비에 넣보기잘 죽기 위해서 잘 살기 2010. 11. 4.
자전거 폭주족이었던~ 딸기우유님과 자전거에 대한 수다를 떨다보니 문득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던 예전 생각이 난다.마을에선 거의 폭주족 수준이어서 어른들께 종종 야단을 맞기도 했다.한번은 과속 운전을 하다 참을 머리에 이고 가시는 아주머니와 충돌한 적이 있었다.하필이면 시장 안에서 생선가게를 하시는 분이었다.길바닥에 널브러진 그분의 점심 걱정보다 이제 생선 사러 어디로 가야하나 순간 아득했었다.결혼 초(24년 전), 집 앞 골목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무렵 여기서 오토바이를 배우다옆집 대문을 들이받고 어금니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당시의 충격으로 지금까지 나는 타박족으로 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증명사진.중학교 다닐 무렵 흑백 사진에 색칠하는 장난이 친구들 사이에 유행했었다.공부는 싫고 학교는 지옥같던 고3 가을 어느.. 2010. 8. 22.
보약보다 좋은 수다 연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느티나무 가로수길 바로 옆  '만가'에서.(메뉴 - 삼계탕, 추어탕, 순두부 보리밥 ) 중국 친정에 한 달간 다녀오더니 살이 통통 오른 수영씨.친정엄마 밥이 좋긴 좋은가 보다.으아~ 부럽다.골수까지 빠져 나가는 것같은 오춘기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나도 먹고 싶다.엄마가 해 주는 밥! 인심 좋게 퍼 주는 양푼 비빔밥으로 마음의 허기까지 달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일단 세숫대야만한 양푼을 보는 순간 부럽고도 쓸쓸하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그동안 밀린 얘기도 많고 흉 볼 것도 많다.식당이 한가한 시간이라 맘 놓고 떠들다보니 두어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자리를 옮길 것 없이 편히 있으라고 단아한 자태의 쥔장, 커피에 이어 뻥뛰기까지 내 주신다.돗자리 깔은 김에 펼쳐 놓은 수다가 .. 2010. 8. 16.
합성 놀이 다섯 살 피오나.  아빠와 딸  며칠 전 자기 방문에 '외부인 출입금지'란 팻말을 붙여 놓고모종의 자격증 시험에 출사표를 던진 예쁜 딸 피오나. 가몬팁~ 2010. 8. 1.
인연 인연,사물(사람)들 사이에 서로 맺어지는 관계. 옷깃 한 번 스치는 인연에는 5백 겁부부 인연에는 7천 겁부모 자식 인연은  8천 겁형제 자매의 인연은 9천 겁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맺어지는 데는 1만 겁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 단위인 '겁' 1 겁~ 범천의 하루를 말 하는데 햇수로 치면 4억 3천 2백만 년.인간의 연, 월, 일로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하늘과 땅이 개벽을 한 이후 그 다음 개벽을 할 동안.또는 둘레 40리 되는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워 놓고하늘에 사는 나이 많은 이로 하여금 3년에 한 알씩 가지고 가도록 하는데모두 없어질 때까지. 둘레 40리 되는 돌을 하늘 사람이 무게 3수의 옷으로 3년에 한 번 스쳐그 돌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하는 것. 찰나가 75분의.. 2010. 6. 3.
딸이 있는 세상 우리 피오나가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피오나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휑~ 나가버렸고 남편은 내일이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고.케이크에 촛불은 물 건너 갔다.하자고 들면 일은 많겠지만 넋 놓고 앉으니 적적하다.김연아의 금메달 수상 장면을 보며 질금질금 울다가늦은 점심으로 미역국에 밥 한 술 말아 먹고는 오랜만에 앨범을 뒤적여 보았다.태어나서부터 중학교 입학 때까지 전부 아홉 권.피오나가 중학교 다닐 무렵 부터였던가.너나 없이 디카로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앨범이 필요없게 되었지만추억을 꺼내 보는 데는 아무래도 고전적인 앨범만한 게 없다는 것이 변치않는 내 생각이다.흘러가버린 세월 만큼 빛바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태어나고 나이들어 가는 사진속 인물처럼 애잔하다.어쩔 수 .. 2010. 2. 26.
텔레비전 샀다. 딸아이가 중학교 2학년 무렵 어느 날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집안에서 텔레비전를 추방하자고.드라마라면 재방송까지  챙겨보던 상황에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저 멍텅구리를 끼고 앉아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이 서글프기도 했던 참이었고거절 한다면 엄마로서 체면 깍이는 문제기도 해서마음 변하기 전에 후딱 시커먼 바보상사를 내다버린 이후 지금까지 8년 세월을 텔레비전 없이 살아왔다. 티비 없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라고 설날 받은 세뱃돈으로 딸아이가 사준  '토지" 전집에시선을 돌린 건 서너 달이나 지난 뒤의 일이었을 거다.(21권 양장본으로 새단장해 나온 것인데 그 무렵 내가 무척 갖고 싶어 했었음에도)그 전까지는 울냥반과 딸아이가 출근과 등교를 하기 무섭게쏜살같이 옆집으로 달려가 늘 극적인 순간 끝나 버리는 드라마 그.. 2010.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