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우유님과 자전거에 대한 수다를 떨다보니
문득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던 예전 생각이 난다.
마을에선 거의 폭주족 수준이어서 어른들께 종종 야단을 맞기도 했다.
한번은 과속 운전을 하다 참을 머리에 이고 가시는 아주머니와 충돌한 적이 있었다.
하필이면 시장 안에서 생선가게를 하시는 분이었다.
길바닥에 널브러진 그분의 점심 걱정보다
이제 생선 사러 어디로 가야하나 순간 아득했었다.
결혼 초(24년 전),
집 앞 골목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무렵 여기서 오토바이를 배우다
옆집 대문을 들이받고 어금니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의 충격으로 지금까지 나는 타박족으로 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증명사진.
중학교 다닐 무렵 흑백 사진에 색칠하는 장난이 친구들 사이에 유행했었다.
공부는 싫고 학교는 지옥같던 고3 가을 어느날.
자율학습 땡땡이 치고 학교 근처 논두렁을 배회하며.
무늬는 모범생이나
그 속은 불안과 회의와 열등감과 절망이 실속있게 꽉 차있던 문제아였다.
분명 이 사진을 찍어주며 킬킬거리던 공범이 있었을 텐데
누군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남편이 선물로 준 실크 스카프.
몇 번 둘러보지도 못하고 다림질하다 홀랑 태워버려
얼마나 마음 상했는지 모른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예전의 고탄교(에반스교).
지금은 번듯한 새 다리가 그 옆에 세워져 있다.
그새 강산이 두 번 반이나 변했다.
수락산 어디쯤.
빛바랜 사진들을 보니 참 세월 덧없이 빠르다.
달팽이 뜀박질처럼 속터지게 느리던 세월이
이젠 거의 빛의 속도로 휙휙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