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과 다름 없이 우묵장성 우거지기만 했지 꽃 피울 기미는 보이지 않았죠.
사랑도 과하면 병이 되듯 거름이 과해 필시 탈이 난 거라 생각했습니다.
밀당의 고수처럼 애를 좀 태운 거로군요.
무슨 짓을 해도 예쁜 연인보듯 좋아죽습니다.
부채만한 저 꽃잎으로 뺨을 철썩 친다 해도 헤벌쭉 웃음이 나지 싶네요.
닥풀 꽃 피면 어르신들 모셔와 구경시켜 드리겠노라 했는데...
엊그제 내린 무작스런 비에 겅충 웃자란 피마자와 목화와 백일홍이 맥없이 쓰러졌어요.
지지대를 세워 묶느라 한바탕 씨름을 했습니다.
당근밭에서 풀 뽑다 실수로 당근 하나를 쑥 뽑고 말았는데요.
어라, 제법 실합니다.
이대로 두면 울타리 전체를 뒤덮겠어요.
바라보자니 속이 답답해집니다.
어쩌면 내년 봄엔 잡초보다 나팔꽃 어린 싹 뽑아내는 데
더 열을 올리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꽃씨를 뿌리며 마음 속에 그려보았던 풍경 그대로입니다.
뿌듯합니다.
재벌아,사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