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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풍경

국망봉,애기송이풀,5월13일

by 타박네 2019. 6. 29.

          수박풀과 공단풀로 가득한 뒤죽박죽 밭고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견한 아쉬움 하나.

            불암초만 있으면 완벽한 삼합이겠는 걸?

            물론 불암초는 텃밭 어디에도 없다.

            지난 해 씨앗 받을 시기를 놓쳐버린 탓이다.

            며칠 후, 한줄기 바람에 되살아난 불씨처럼 문득 떠오른 그 아쉬움.

            그런데 도무지 꽃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논둑 옆 들깨 사이사이 마치 텃밭 사촌 아욱인양 피어 있던 꽃송이들은

            앨범 속 사진보다 내 머리 속에서 더 선명한데 말이다.

            수박풀 공단풀 수박풀 공단풀...

            이쯤되면 꼬리를 물고 나와줘야 했다.

            홍어삼함,홍어 돼지고기 묵은지,신호등은 빨노초,

            도원결의,유비 관우 장비처럼 말이다.

            얼마나 깊이 가라앉았을까,

            내 잔꾀 두레박은 끝내 그 이름 석자를 퍼올리지 못했다.

            하마터면 천하 쓰잘머리 없는 사소함으로 화병 끝에

            머리가 홱 돌아버린 여자 타이틀로 기네스북에 오를 뻔.

            그래, 무엇이든 다 알려다옴이 있었지.

            검색을 하자.

            인터넷 망망바다 앞에서 다시 한 번 절망했다.

            은대리 삼총사? 수박풀 공단풀 절친? 여름 들꽃?

            뭘로 물어봐야 하나...

            순간 기적처럼 떠오른 파하하하~ 웃음의 주인공.

            한국인의 밥상이란 프로그램과

           방송 여기저기에서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그분.

            내가 찾는 꽃이름과 그분의 이름은 두 글자가 같다.

            그렇게 전원일기 출연진을 검색하고서야 불암초를 찾아냈다.

            드문드문 벌어지는 헤프닝이 아니다.

            웃픈 스무고개식 단어찾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정리랍시고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해 우선 올려두고는

            똥 싸고 뒤 안 닦은 듯 찝찝했다.

            다른 일에 마음을 빼앗겨 넘버 쓰리쯤으로 밀려난 꽃사진에 할애할 시간이 나면

            차차로 이름표 정도는 달아줘야지 했다.

            그랬으나 막상 닫아놓았던 문을 다시 열자 자신이 없다.

            어디였더라는 굳이 기억 소환이 필요 없지만 뭐였지 정도는 꽃에 대한 예의다.

            그렇게 좋다고 호들갑 떨어놓고는 말이다.

            하룻밤 만리장성을 실컷 쌓아놓고는 다음 날 아침 그런데...댁은 뉘시오 한다더만

            그게 딱 자넬세 하던 동네 사람은 잘도 생각난다.

            와중에 다행인 건 앨범 속에 묵히는 동안 버리고 또 버리고 다시 버리길 반복,

            두다다다 찍어댄 숫자에 비해 남겨진 게 많지 않다는 사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더듬더듬... 기억속으로.

           일행 중 누구는 일명 심마니 산행이라며 혀를 내둘렀고

             또 누군가는 기절 아니면 거의 통곡할 뻔 했던 날이었다.

             나 역시 누가 시켜 마지못해 한 짓이었다면 원한이 뼈에 사무쳤거나

             서러움이 폭발했을 산행이었다.

             이날 이후 나는 자칭 특전사라 부르며 체력부심에 한껏 들떠 다녔다.

             비록 오래가진 못했으나.

             길 아닌 길은 사나워서 감히 덤벼들기 두려웠다.

             까까지른 비탈을 가까스로 올라서서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 연출은 했으나

             파르르 떨리는 팔과 다리는 감출 수 없었다.

             두 번은 못 오겠다 싶으니 보이는 모든 풍경이 애틋했다.

             어울렁 더울렁 핀 연령초와 는쟁이냉이 덩굴개별꽃을 지나 으아아~ 꿈에서 그리워했을까,

             백작약 앞에 섰다.

             첫만남이었다.

             이제껏 그래왔고 언제나 그러했고 누구나 그러하듯 첫, 처음은 설레고 경이롭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해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장관 그 이상이었던 애기송이풀 꽃밭에서 백작약은 잔상초차 깨끗하게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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