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볼 안쪽에 아가미가 생기는 건 아닐까 무서운 상상을 하게 되는 날들이다.
우울과 공포만 더해가는 빗소리에 잠을 설치다 힘겹게 나선 길이었다.
그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거짓말처럼 눈 앞에 펼쳐진 푸르스름 혹은 푸른,파르스름 혹은 파란 하늘.
근래 하늘빛을 따라 줄곧 흐리멍텅하던 머리 속이 한순간 맑게 개인다.
좀비같은 모기에 피 좀 빨리는 게 무슨 대수랴,
무쇠솥 안에 든 호박범벅처럼 땀벅벅이면 어떠랴.
메모리카드 빠진 카메라 들고 가 헛발질만 한들 또 어떠랴.
김빠진 헛웃음이 나오지만 퉁치기로 했다.
선생님께 메모리카드를 빌려 급히 세포큰조롱만 서너 장 담았다.
아쉬움은 잎새님이 보내주신 사진으로 살살 달래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