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일에 요즘처럼 열심이었던 적이 전에 있었던가 싶다.
꽃친님들 자세를 흉내 내기도 하고 엎드려 끙끙 앓는 소리도 하고
간혹 지나치게 숨을 참아 호흡곤란까지 겪기도 한다.
고작 밝기 조절만 할 뿐 셔터 하나 누르기를 그렇게까지 한다.
열심인것 치고 많이 찍지는 않는다.
'어차피 버려야할 것'이라는 강박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그저 열심인 걸 즐기는 것 뿐.
그리고 무엇엔가 이토록 열심인 내가 스스로 대견해 우쭐우쭐,
난 내 사진이 제일 예쁘더라며 꽃친님들 앞에서
열병 환자처럼 되도 않은 헛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헛소리가 더이상 민망하지도 않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다.
난장판이 된 자생지나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 꽃들을 볼 때면
나도 내로남불 착각에 빠진 건 아닐까,
입으로 뱉은 그 걱정이 진심이라면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위 대신
그저 온전한 눈맞춤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때 유행어였던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입 안에 든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그 감정은
아마도 내가 꽃밭을 찾아 헤매는 동안 계속될 것 같다.
눈알 빠지게 백날 째려봐도 해결 안 될 문제라면
일단 서랍 깊숙히 넣어두는 게 상책.
어느 날 문득 접신한 듯 해답이 떠오르면 카메라를 박살내든
'사진 잘 찍는 백 가지 요령서'를 구입해
고요한 암자로 들어가 백일 공부를 하든 하겠지.
할 줄도 모르면서 짜네 싱겁네 맛평만 깐깐한 나이롱 주부 9단처럼
보는 눈은 있어서 늠들처럼 멋지게 찍고 싶기는 하고
공부는 지독히 하기 싫고, 아~ 어쩌란 말이냐.
대극
애기풀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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