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
달력의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마음 굳게 다잡다가도
문득 오십을 훌쩍 넘어선 나이가 무겁다.
푸지게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면서도 오래전 사랑이나 오래 묵은 그리운 벗들을
떠올려 볼 여유도 없이 종종걸음에 지치는 일상.
이 쯤에서 쉼표 한 번 찍자.
오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저 아니면 거미줄 칠 입만 벌리고 앉은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전쟁터같고 정글같은 세상속으로 아침마다 돌격하는 남편을 위해 용봉탕 대신 끓였다.
천하별미 눌은밥!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숭고한 일은 밥벌이다.
내가 남편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다.
천하별미 눌은밥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햅쌀이 있어야 한다.
우리집은 평소 채송화표 찹쌀현미와 멥쌀현미를 반반,
거기에 쥐눈이콩만 섞어 밥을 짓는 관계로 흰쌀 구경하기가 어렵다.
이 쌀은 마침 얼마전 지인이 추수 했다며 가져온 건데 밥을 지어보니 아주 윤기가 좌르르~
씹을 것도 없이 넘어간다.
오늘은 밥이 주인공이 아니고 눌은밥이므로 우선 쌀을 두어 번 씻어낸 다음
박박 문질러 받은 쌀뜨물을 준비해 둔다.
돌솥이나 무쇠솥이면 더 좋겠지만 없으니 그냥 압력솥을 이용해 노릇한 누릉지를 만든다.
여기에 받아 놓은 쌀뜨물을 붓고 부르르 끓이면 된다.
사골국 안 부러운 뽀얀 때깔하며 맹물을 넣고 끓인 것과는 구수함에서 차원이 다르다.
집 나간 입맛 찾겠다고 전어니 꽃등심이니 해도 이 뜨끈한 눌은밥 한 사발이면 완전 끝장난다.
여기서 잠깐!
누룽지는 솥바닥에 눌어붙은 밥, 눌은밥은 그 누릉지에 물을 부어 긁은 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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