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조각보를 더는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얼마 전 바늘방석을 만들며 눈에 꽂힌 붉은색 자투리천들의 강렬한 매력에 빠져
얼렁뚱땅 하나 더 만들게 되었다.
붉은색을 보면 미지근하게 식어가던 몸 속 피가 뜨끈하게 데워지는 것 같아 좋다.
검정과 흰색만 고집하던 취향은 어느 새 사라지고
요즘 나도 모르는 사이 빨강에 홀린 듯 시선이 머문다.
참 신기한 건
칙칙하고 우울하던 얼굴에 빨간 립스틱만 살짝 발라도
갑자기 잃었던 청춘을 돌려 받은 것처럼 자신감이 넘치고
고운 선홍색 티셔츠를 입거나 볼그족족 스카프라도 하나 목에 두르면
열 여덟 그 시절의 생기가 솟아 오르는 것 같으니.
붉은 색 좋아지면 늙은 거라는데...쩝!
영원히 하나일 것 같았던 천을 미련 없이 자르고
다른 색깔 다른 모양의 조각을 절대 떨어지지 않을 인연의 실로 잇기도 하고...
바느질 하며 고래 심줄 같이 질기고 모진,
한 올 바람에 맥없이 툭 떨어져내리는 나뭇잎 같이 허망하게 짧은
사람의 인연을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