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이튿날도 참 포근했습니다.
스웨터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잔치가 열리면 무엇보다 먼저 하늘 눈치부터 살핍니다.
잔칫날 날이 맑으면 하늘이 반부주 했다고들 하지요.
(부조가 옳은 표현입니다만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소리 그대로 적었습니다)
그렇게 반부주 받는 호사를 누리며 축제 둘쨋날을 보냈습니다.
제 중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합창단입니다.
부스를 지키고 있는데 뒷편 무대에서 이제껏 들어왔던 품바타령과는 다른
청아한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얘들이 왔구나!
후다닥 뛰어가 노래 한 곡 듣고 왔습니다.
세월 비껴간 말간 얼굴들을 보니 노래가 보약이긴 한가 봅니다.
다정하게 웃어주던 사람에게 느닷없이 뺨 맞는 것처럼
황당하고 억울한 일도 없습니다.
기껏 반부주 아량을 베풀다 축제 마지막 날 하늘이 쌩 등을 돌립니다.
일기예보 무시하고 사는 무식한 저같은 사람 얼어 죽기 꼭 맞는 날씨였어요.
염천교 아래서 겨울을 난 거지처럼 겹겹이 두르고도
올들어 처음으로 복날 개 떨듯 떨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창졸간에 닥친 이 강풍과 추위로
한껏 고조 됐던 축제 열기가 식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올 축제에서 처음 설치해 운행한 모노레일 기차입니다.
유적지 입구 근처에서 출발해
야트막한 동산을 지나 돌아오는 거리는 대략 600m,
10분 가량 소요됩니다.
아침 일찍 장사 준비를 마치고 부스 옆을 지나는 미니기차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부님이신 안계장님이 한 번 태워 주겠노라 손을 잡아 끄십니다.
못이기는 척 따라나섰습니다.
나선 김에 장터에서 벗어나 축제장을 한바퀴 돌아봤습니다.
다문화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동생들을 찾아갔다가
바로 옆 건강가정 지원센터에서 반가운 지인을 만났습니다.
한 때 저도 축제 기간 여기서 아이들을 상대로 페이스페이팅 봉사를 했었답니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꼬마 손님들 방문이 없더군요.
한가한 틈에 어디 솜씨 좀 보자며 연습용으로 볼 한 짝을 대줬습니다.
워낙 손재주가 있는 친구라 그런지 스슥 순식간에 예쁜 물고기 두 마리를 그립니다.
평소 같으면 주책이 바가지라 하겠지만 축제잖아요.
얼굴에 철판 깔고 쏘다녔습니다. ^^
전통의상 체험과 경극 가면 그리기 등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이 다양하네요.
동생 수영씨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쁩니다.
옷 한 벌 입어보고 가라 권하기에 일본 평상복 걸쳐봤습니다.
야스꼬가 봤어야 하는데.
어제, 축제 마지막 날 풍경입니다.
율무 놀이터
너른 잔디밭 한쪽에 연기가 자욱합니다.
막대기 끝에 끼운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원시인 먹거리 체험입니다.
고구마나 감자 구워 먹으면 기똥차겠다 싶더군요. ^^
큰 중앙 무대에서는 요즘 인기 있는 걸그룹의 공연이 한창입니다.
신나는 춤과 음악은 둘째 치고 하늘거리는 민소매 원피스 차림의 가수들을 보니
아이고, 얼마나 추울까 엄마 마음에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코 끝이 쨍하게 시린 이런 날은 좀 따숩게 입혀 내보내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각설이들의 신명나는 공연으로 축제 막바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릅니다.
이쯤되면 엿 파는 장사꾼이 아닌 프로 예능인입니다.
오후 다섯 시, 파장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성업 중인 장아찌 가게.
저도 내년 축제 때까지 먹어도 충분할 만큼 구입해 냉장고 안 가득 쟁여뒀습니다.
사실 덤이 더 많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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