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록싸리
여러 해 전까지 고대산 1코스 초입에서 흔하게 보이던
두루미천남성이 슬그머니 종적을 감춘 뒤
간혹 아주 작은 잎만 목격됐을 뿐 꽃을 보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튼실하게 자라
위풍당당 꽃을 피운 두루미천남성 목격담이 들려왔다.
그리고 또 하나.
지난 해 청산 임도 어디쯤서 서너 개체 직접 확인한 하늘나리가
고대산에서도 꽃을 피웠단 반가운 소식까지.
해서 어제 산행은 처음부터 목적이 확실했다.
이른 봄 쥐콩 크기만한 꽃이야 사막에서 바늘찾기지만
이제 꽃들은 훌쩍 자란 풀들 사이에 피었어도 단박 알아볼 만하다.
고대산이라면 일명 내 나와바리인데다
산 구석구석을 손바닥보듯 하는 경력 30년 베테랑 산언니까지
동행을 하니 꽃 찾기야 식은 죽 먹기일 거라 생각했다.
마침 지난 주 두 꽃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오셨다는
동아리 회원부부와 우연히 동행하게 되어 내딛는 발걸음에
설레임과 힘이 실렸다.
등산로를따라 오르다보면 애쓰지 않아도 보이는 자리에서
먼저 그 늠름한 두루미천남성을 만났다.
이제 하늘나리를 만나면 되는데...
아래 쪽이라 했다가 정상 부근이라 했다가 칼바위 근처라 했다가
같은 한국어임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애매한 말만 남기고
회원부부는 앞서 하산을 해버렸다.
털중나리에 비해 꽃빛이 더 붉으니
여러 눈이 그거 하나 못 찾겠느냐 느긋했던 마음들은
팔각정에 이르러서랴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자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지인들과 간식을 먹으며
그간의 안부를 나눈 뒤 2코스로 하산했다.
하늘나리에 집착한 나머지 털중나리 고운 자태에도 불구하고
그닥 신명이 나질 않았다.
집에 돌아와 하늘나리가 빠진 사진들을 서운한 마음으로 보다가
불현듯
아,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어설픈 욕심에 눈 멀었구나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것을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넘치는 호사였음을 잠시 망각했다.
이후로는 애써 무엇을 찾겠다 기어이 보고야 말겠다는
목적 산행은 가급적 삼가하는 것으로.
꽃의 귀천을 가리는 짓 또한.
딱총나무
찰피나무
시닥나무
미역줄나무
미역줄나무. 조록싸리
털중나리
고대산 정상
노루발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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