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소요산, 토요일 국사봉과 한밤 노천 생일파티.
이쯤이면 설악산 예행연습으로는 충분하다 싶었지만
휴일, 하릴없이 집에서 뒹구느니
공기 맑은 데서 슬슬 노닐다나 오자 하고
오이 두 개 물 두 병 챙겨들고 나섰다.
1코스 안내판에 도착하니 휴대폰 전화벨이 울린다.
하늘j.
노인네 그럴 줄 알았다고,
말은 누구랑 같이 간다 했어도 혼자 쌩 갔을 것 같더라면서
그 자리에서 딱 기다리고 있으라고.
내 가까운 지인들은 요령 흔들 것도 없이 거의 다 신들린 무당이다.
무서운 것들!
등산로 주변 골짜기를 기웃거리다가
튼실해 뵈는 갈참나무 기둥에 기대어 노래 연습을 했다.
물푸레나무 풍게나무 산뽕나무 이파리들이
온 몸을 떨며 열광적인 박수 갈채를 보내준다.ㅋ
수십 년째 똑같은 노래방 18번을 이번참에 기필코 갈아치워야지.
휴대폰 음악을 들으며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를 한 예닐곱 번 부르자
돔방님을 대동하고 하늘j가 나타났다.
일 년에 서너 번 있을까 말까한 모임 뒷풀이지만
그때마다 신곡을 발표하며 일취월장 노래 실력을 뽐내는 실땅,
긴장해야 할 거다.
2코스로 길을 바꿔 칼바위 능선까지만 가기로 했다.
나무는 힘이 세다.
털중나리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
돌양지꽃
바위채송화
자주꿩의다리
살짝 오금이 저리지만 안 그런 척~
칼바위능선 깍아지른 낭떠러지, 사실 보기처럼 위험하진 않다. ^^
카메라를 너무 돌렸어, 하늘j.
그래도 뭐 내가 용감한 사람이 된 것 같고...보기에 흡족하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