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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풍경

재인폭포

by 타박네 2015. 7. 26.

 

     수리를 마치고 뽁뽁이에 고이 싸여 돌아온 카메라를 들고 

       기분좋게 재인폭포를 향했다.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 앞태와 옆태를 고루 찍고

       물구경 나온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도 먼발치에서 조심스레 담았다.

       폭포 입구 나무담장 사이를 비집고 나온 개망초와 애기똥풀에도

       땅버전 하늘버전 관광객 배경버전 등 각별하게 정성을 들였다.

       군부대 초소 앞 화단에 핀 참나리 군락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약초밭에서 하얀 도라지꽃과 

      새빨간 산삼씨앗까지 주워담고 나자 포만감이 밀려든다.

       보람찬 하루!

 

       가까운 지인들과 사다리타기를 했다.

       오늘도 예외없이 내가 걸려 저녁밥을 샀다.

       사다리 잘 타는 법 가르쳐주는 학원 어디 없나?

       재도전 끝에 더치커피를 얻어먹으며

       빠른 시일 내에 5억을 벌 수 있는

       101 가지 방법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실현 불가능한 100 가지 방법을 빼고 남은 하나도... 뭐 신통치는 않다.

       철지난 바닷가에 금속탐지기를 들고가 모래밭에서 동전 줍는 게 빠를 듯.

 

       비 그친 초저녁 하늘, 달무리가 아름답다.

       달 표면 분화구까지 선명하게 찍힌다는

       무슨 하이엔드카메라만 달 찍으란 법 있더냐.

       이제 더 쓸 일 없겠다 싶어 가방 속에 넣어둔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내 김상사 카메라를

       주섬주섬 꺼내 달빛 사냥에 나섰다.

       똑딱 똑딱 드드드득...한바탕 쏴대는데 그제서야 보인다.

       다급하게 깜빡이는 빨간 글자.

       '메모리카드 없음'

       수리를 맡길 당시 빼내주는 걸 건네받아 

       화장품 파우치에 넣은 기억이 난다.

       이제서야.

       헛발질 오지게 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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