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이 깜짝 선물같은 무지개를 보며 몇몇 사람들은
끝내 이루지 못한 어린 시절의 꿈이나
함께 보면 참 좋을 사람의 얼굴,
수줍은 작은 소망 하나쯤 떠올리며 미소지었겠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게 있다면요,
그것도 행운이라고 내친김에 더 큰 행운은 뭘까 연상하는 겁니다.
그럴 때면 왜 꼭 복권이 떠오를까요?
네잎크로버를 처음 찾았던 날도 그랬어요.
그 옆에서 다섯잎 여섯잎...
심하게는 열한 개의 잎을 다닥다닥 달고 있는 크로버를 더 찾아냈을 때
이렇게까지는 아닌데 하며 살짝 공포감도 들었지만요.
비록 산불에 그을린 돼지일 망정 것도 돼지꿈이라고
은근 기분이 좋았던 어느 아침도
너구리 라면에서 두 개의 다시마 조각을 발견했을 때도
마당 쓸다가 만 원을 주운 날도 마찬가지였어요.
소소한 행운은 언제나 복권으로 귀결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도 있죠.
하지만 정작 사지는 않습니다.
인생을 바꿀 만한 결정적 한방을 복권으로 사고 싶지도 않거니와
이제는 바꾸고 싶은 무언가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날근날근한 면티 하나도
새것으로 바꾸는 게 성가신 일이 됐습니다.
새 글들은 더 이상 머리에 들지 않고
새옷조차 십 년 전부터 입어왔던 것처럼
별스럽게 더 예쁘다거나 하지도 않구요.
입맛이 바뀌어 꽃등심타령을 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한다는 것,
아무런 의미도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두려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별일 없어 심심하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저 그런 일상이 남은 소망이라면
인생역전 복권당첨보다 더 큰 욕심일까요?
그러고보면 상상 속 복권당첨은
제 마음 속 저울의 추와 비슷한 역할을 해왔던 듯 싶습니다.
양팔 저울 한 쪽에는 조금 불만스런 지금을
다른 쪽에는 빛나는 대박복권을 올립니다.
그리고 저울질하지요.
해보나마나 현실 적응력이 지나치게 뛰어난 제게는
늘 지금이 더 묵직합니다.
그까짓 복권 따위...버리는 거 참 쉬워집니다.
애기똥풀 삶아 손수건 몇 장 물들이고
들기름 넉넉히 둘러 노릇하게 지진 두부와 볶은 김치로 점심 배불리 먹고
처 삼촌 묘 벌초하듯 청소와 설거지를 마친 지금.
지금 같으면 쌍무지개가 뜬다해도 복권 생각은 안 날 것 같습니다만.
꽃동무 한 분이 앵초도 아니고 큰앵초도 아니 게 생긴,
다시 말해 앵초도 되고 큰앵초도 될 수 있는
빨간 꽃 앞에서 세상이 무너져도 모를 정도의 집중력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신기하기는 저 뿐만 아니라 지나던 상춘객들도 마찬가였나 봅니다.
꽃동무님은 꽃을 보고, 지나던 길손 두 분은 꽃동무님을 보고,
저는 그 위에서 모두를 보며 즐거웠습니다.
병아리꽃나무
참꽃나무
물박달나무
주로 노린재나무에서 산다는 뒤흰띠알락나방 애벌레입니다.
자로 재 그려넣은 것처럼 가지런한 문양과 밝은 색감이 특이합니다.
잎새님을 따라 남산에 갔다가 처음 보고 두 번쨉니다.
백 번을 본대도 처음 본 순간처럼 예쁠 것 같네요.
애기말발도리
정향풀
미스김라일락
만병초
자운영
으름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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