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닐 염색 실크 스카프(명반 선매염)
코치닐은 열대, 아열대 지방 선인장을 먹고 사는
깍지벌레 암컷을 건조한 동물성 염료다.
붉은빛이 안정적이며 견뢰도도 중간 이상이어서
스카프는 물론 손수건 염색에도 무난하다.
매염제와 염색 시간을 달리하면
연분홍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마,레이온,실크 소재 스카프 아홉 장과 손수건 스무 장 정도를 염색해
일부 카페 카도쉬에 전달하고 나니 밀린 숙제를 해치운듯 후련하다.
오전 아홉 시부터 열 시까지 텃밭가꾸기.
황언니가 나눠준 산국과 붓꽃,채송화를 심었다.
물론 한바탕 풀뽑기도 했다.
햇살이 퍼지자 투둑투둑 떨어지는 땀방울,
나도 모르게 소매자락으로 스윽 문질러 닦고나서
아이고야, 분바르고 나온 얼굴 엉망됐겠네,
찡그리다가 이내 피식 웃고 말았다.
뽄지길 자리가 따로 있지.
흙범벅인 장화를 부적같은 검정고무신으로 갈아신고
차를 몰아 영어회화 수업이 있는 교회카페로
다시 연천 카도쉬로 그리고 군남 허브빌리지로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고무신과 플랫슈즈를 번갈아 신었다.
운전할 때 고무신을 신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운전학원에서 연습을 할 때도 도로주행 시험을 볼 때도
잊지않고 챙긴 고무신.
허브빌리지에서 나와 한참을 달리다보니
발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
이런,내가 플랫슈즈를 신은 채 운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정신 없는 틈에 어디선가 고무신으로 갈아신는다는 걸 깜빡하면서
고무신을 신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다.
옆 자리 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검정고무신을 흘깃 보면서
원효대사가 마셨다는 해골에 고인 물을 생각했다.
일체유심조라더니.
얼떨결에 부적과 두려움을 떼버리고 운전한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