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완두
쇠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흰참꽃
함박꽃나무
하늘로 곧장 연결된 계단을 오르자
꽃동무 한 분이 우리 함흥차사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해발 1433m 칠불봉
높은 산 큰 바위에 올라 마을을 봅니다.
전쟁터같은 삶의 현장도 지금 이 순간은 손바닥만한 풍경이 됩니다.
세상도 사람도 먼 풍경일 때 아름답죠.
마치 거인이 된 듯
햐아, 저 돈짝만한 세상!
호기를 부려봅니다.
찌들고 주눅들었던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이럴 때 누가 사천만 땡겨달라면
간 한 쪽을 떼어 팔아서라도 기꺼이 바칠 것 같습니다.
산쥐손이
백리향
가야산잔대
선백미꽃
상왕봉에서.
아이고, 제가 보면서도 자랑스럽습니다.
꽃동무님이 묻더군요.
그동안 너무 엄살이 심했던 거 아니냐고, 너무 연약한 척 한 거 아니냐구요.
저 역시 제 놀라운 변화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퇴행행 디스크같은 몇몇 고질병으로 병원을 가까운 친정집 나들이하듯 했었죠.
죽지 않을 크고 작은 수술을 하고
불면증으로 인한 심장부정맥을 앓으면서 우울감도 깊었습니다.
네가?
우울증?
지나가던 개가 웃다가 물고 가던 뼈다귀 떨어뜨린 소리쯤으로 듣습니다.
저는 그렇다 하고 지인들은 절대 인정 못 하는,
아니 안 하는 게 제 우울증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언제부터인가 저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쓸게빠진년처럼 웃기부터 합니다.
그냥 좋아서요.
그러니 무리는 아니죠.
이런 설전조차 즐겁습니다.
꽃동무 만들어 산으로 들로 사부작사부작 다니면서
병원 다니는 횟수가 조금씩 줄었어요.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이어졌던 꽃소풍 덕분에
몸도 마음도 참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정형외과에 근무하면서 사실상 제 주치의노릇을 해준 실땅님은
이런 저를 간증대에 세우고 싶어할 정돕니다.
입방정 떨다가 또 무슨일 날까 걱정스럽긴 합니다만
아픈 것과 좋은 일은 나발 불며 광고하라잖아요.
삭은 척추가 말짱해지고 닳은 무릎연골이 저절로 재생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행복한 걷기가 제게 기적같은 시간들을 선물하는 건 틀림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