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진 찍는 사이사이 꽃동무들 모습도 살짝 담습니다.
꽃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기습적으로 한두 장씩 찍죠.
저는 주로 씰땅님을 주 타깃으로 삼습니다.
제일 만만해서요.
저 역시 실땅님이 찍어주는 게 좋습니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부끄럽고 불편한 구석이 어딘지 서로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주고 받는 사진들을 보면
대략 십 년은 회춘한 모습입니다.
웃음 성형을 하고 절묘한 각도로 몸매 보정도 하거든요.
가끔은 그런 사진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뽀얀 분가루며 뽈그족족한 립스틱을 처덕처덕 발라도
세월이 낙서한 흔적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죠.
잔인한 현실직시는 그때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리고 모름지기 추억은 아름다워야 합니다.
반면 선수님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솔직히 무섭습니다.
뭔놈의 카메라가 인정머리라고는 약에 쓰재도 없어요.
일부러 입꼬리를 쫘악 찢어 올리고 웃으면이나 모를까
(그러자니 벌쭘하고 그러기에는 아직 편치않은 구석이 있구요)
모르는 사이 찍힌 걸 보면 오뉴월 엿가락 늘어지듯,
지구 중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추욱 처진 볼살에
생동감 넘치는 주름물결,거뭇거뭇한 검버섯까지 아주 가관입니다.
한마디로 고문이죠.
십초만 들여다보고 있으라면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불어버리고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사실상 보내주셔도
제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대부분 잘려나갑니다.
아름다운 추억에 부합하지 않거든요.
죄송합니다.^^
똑딱이 카메라로 찍다보니 짤다란 팔이 늘 아쉽습니다.
이럴 때는 가제트처럼 팔이 찍 늘어나면 좋겠어요.
실땅님이 보내준 사진입니다.
제가 꽃동무 한 분의 정상 인증샷을 찍고 있고
또 다른 분이 우리 일행을 찍고
그 뒤에서 실땅님이 그 모두를 찍은 사진입니다.
이런 사진 정말 재밌어요.
어? 저게 뭐지?
배낭 어깨끈에 달고 다니는 부채라는 걸 알고는 혼자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뒤에서 불어온 바람에 플라스틱 부채가 날리는 순간을 담은 거죠.
부채와 함께 전진합니다.
실땅님과 영화 한 편 찍었습니다.^^
풍경이 예술이라 포기할 수 없는 사진 몇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