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늦장마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나마 어제는 퍼붓고 쉬기를 반복이나 했지만 오늘은 짧은 쉼표조차 없습니다.
천둥 번개 추임새삼아 아주 장렬합니다.
겨우 세워놓은 피마자며 목화가 무사할 리 없죠.
아마 1라운드에서 KO패 당한 권투선수처럼 대자로 쓰러졌을 겁니다.
손가락만하게 자란 상추는 다 녹아버릴 테구요.
대책 없는 걱정은 그만 거둡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거나 내일의 비가 내리겠지요.
얼마 전 추가로 구입한 중고밧데리 성능을 알아도 볼 겸 똑딱이를 들고 나섰습니다.
아름다운 노을을 등지고 있거나 눈에 덮힌 작은 역사는 똑딱이 장난의 좋은 소재죠.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 그냥 중간층쯤으로 버튼을 눌렀습니다.
땅에서 멀어지면 빗소리도 작게 들릴줄 알았는데 높은 곳에 서니 더 요란합니다.
비가 내린다기보다 빗소리가 내린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 싶더군요.
현관문 하나가 빼꼼 열린 게 보입니다.
강도 들면 어쩌려고요.
인사 대신 너스레를 떨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와요, 어르신 목소리보다 꼬신냄새가 먼저 달려나옵니다.
며칠 전 따다 드린 오이를 이제사 꺼냈답니다.
밥 한 술 비벼 먹을까 하고 만든다는 오이무침을 참 설렁설렁 편하게도 하십니다.
매실액, 식초 넣고 숟가락으로 뒤적뒤적, 채친 양파 참기름 넣고 다시 휘이휘이~
뭐가 이렇게 허얘요?
이제 고추장 넣어야지.
고춧가루는요? 이게 땡이에요?
난 심심하게 먹어.
라면 한 사발을 해치우고 올라간 터라 밥은 사양합니다.
대신 맛 평가를 위해 몇 점 집어먹었죠.
참기름 고소, 식초 상큼,고추장 짭쪼롬,오이 아삭!
이거면 됐죠 뭐.
맛있게 드세요.
요구트트 한 병 홀딱 까먹고는 내려왔습니다.
어디 한 군데 넘쳤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비는 그칠 모양입니다.
징하게스리~
7층 대장할머니 오이무침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휴는 길고 갈 곳도 많고. (0) | 2017.10.05 |
---|---|
딸과 함께한 4일 (0) | 2017.09.06 |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0) | 2017.08.18 |
딸이 있는 세상 (0) | 2017.08.16 |
포천 아트밸리 (0) | 2017.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