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하늘나리는 제초작업으로 사라졌음.
야생화 일지에는 그렇게 기록됐다.
블로그에 올리기 꺼려지거나 귀찮은 날에는 노트를 꺼내 간단한 일기를 쓰곤 한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보던 꽃이 사라지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여전히 황망하고 속 쓰리다.
'사라졌음' 신경질적으로 휘갈겨 쓴 검정색 글자들이
마치 범인이라도 되는 양 노려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분주한 일들이 많았던 하루였다.
저녁 준비를 하는 대신 적당히 때우기로 마음 먹고 있던 시간,
실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늘나리꽃이 피었대,어제 언니가 보고 왔다더라.
그럴리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자리가 확실한 거냐 물으니
들은 얘기도 아니고 직접 보고 왔으니 맞을 거란다.
오후 6시 50분.
내일까지 못 기다리겠네,당장 출발합시다!
내 두 눈으로 봐야겠어.
2016년, 두 송이.
2017년, 네 송이.
그리고 올해는 무려 여덟 송이.
대애애박!
실장과 내가 이잡듯 뒤진 자리에서 불과 몇 걸음 위였다.
어이가 없네?
아무리 꽃이 안 피었기로 이걸 못 찾았단 말야?
어쨌거나...아무려나...죽은 님 살아 돌아온 것 보다 백배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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