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연강나룻길 겨울 풍경은 언듯 정지된 화면처럼 변함 없어 보인다.
하지만 늘 다르다.
뿌옇거나 푸른 하늘빛,그날의 내 감정 상태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말고도
같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덩그러니 길 가운데 있던 고라니 사체가 어느 날 길 가 마른 풀섭 속에 있기도 하고
우리를 벗어나 제법 멀리까지 소풍나온 염소떼들이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도망가기도 하고
얼음장 밑에서 웅웅거리리는 소리가 더하거나 덜하거나,
더 앙상해진 억새,그새 쪼글쪼글 말라버린 노박덩굴 열매...
이제껏 안 보이던 사상자 열매와 방구버섯 아니 먼지버섯을 찾아내 한참을 놀았다.
늘 있던 자리 어디에도 두루미가 보이지 않아 돌아오는 발걸음에 서운함이 묻어날 무렵,
동쪽 산 너머에서 뚜루뚜루 소리가 들렸다.
예닐곱 마리.
그럼 그렇지.
뒤늦게 소식 알고 달려오는 고향친구처럼 반가웠다.
그 중 세 마리가 우리 머리 위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크게 원을 그리며 돌 때마다 더욱 높이 올라갔다.
고공비행은 한동안 계속 됐다.
강가에서 율무밭으로 또는 산 너머에서 강가로 날아 오고 날아 가는 모습을 주로 봤기에
그 비행 훈련은 참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세 시간 걸리는 산책을 마치면 점심은 늘 여기서 먹는다.
큰집보리밥의 올갱이 해장국,고향마루의 팥죽 그리고 이 두부조림은 외식 단골 메뉴.
사진을 보니 이 밥 한 그릇 사드리고 싶은 분들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