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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5월 텃밭

by 타박네 2019. 5. 13.

           여덟시에서 여덟시반, 텃밭으로 향하는 시간이다.

            근처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기에

            등교하는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와 등교를 돕는 학부모들과 차량으로

            하루 두 번쯤 있는 번잡함을 뚫고 지나간다.

            어쩌다 조금 늦으면 거리는 다시 적막한데 그 적막을 나 만큼이나 싫어하는

            참새 서너 마리가 콩콩 뛰기도 하고 포로로 날기도 하고

            그 사이로 동네 강아지 똘이도 어슬렁 어슬렁,

            할매 유모차 달달달...

           

            피고 지고 또 피는 소래풀은 열꽃 안 부러운 효자,

            흥부 뺨 치게 자손 불린 참나리,

            돈값 하라 보채지도 않았건만 겨울 잘 견디고 튼실하게 자라준 흰금낭화도 효녀다.

            너른 잎 살그머니 들춰보니 딸그랑 소리도 없이 오종종 매달고 있는 은방울꽃,

            요 앙큼한 녀석!

 

            지난해는 산국이었다면 올해는 구절초와의 전면전.

            뽑아도 뽑아도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번뇌처럼 어찌나 독한지.

            그대로 두면 용담과 수선화와 무스카리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기세다.

            하지만 아직 너무 어린 새싹.

            불쑥 날 좁은 호미를 들이댔다가도 멈칫한다.

            다 살자고 나왔지 죽자고 나왔을까...어느 할매의 독백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잘라 먹기 무섭게 다시 자라는 삼잎국화와 부추를 볼 때마다

            자연 치유,재생 능력에 감탄한다.

            초록의 힘은 참으로 경이롭다.

            지상에서 인간만큼 불완전한 존재가 또 있을까.

           

            며칠 전,고추,가지,방울토마토,오이 모종을 심었다.

            퇴비를 넉넉히 치고 이장님이 주신 영양 알갱이들도 듬뿍 줬다.

            이로써 텃밭은 누가봐도 번듯한 밭꼴이 되었다.

            그러면 뭐하나.

            결국 헛삽질.

            하루 하루 잎들은 타들어가고 있다.

            내 밥은 굶을 망정 물 주기를 게을리 한 적도 없건만.

            벌써 두어 뺨은 자란 이장님댁 고추모종을 보고는 여쭤봤다.

            열매 달리는 데 주면 아주 좋다는 그 알갱이를 아끼지 않았는데 

            우리 고추는 왜 그 꼬라질까요?

            서너 차례 질문과 대답이 오간 뒤 결국 방법에서 그 차이를 찾아냈다.

            나는 한 움큼씩 던져넣은 구덩이에 모종을 그대로 심었고

            이장님은 고루 뿌린 뒤 흙과 잘 섞었다고 한다.

            가스가 찼다고, 그래서 배들배들 마르는 거라고.

            고추와 가지는 가망이 없지만

            회생의 여지가 보이는 방울토마토 주변을 호미로 둥글게 팠다.

            그리고 호스를 끌고 와 익사하지 않을 만큼 물을 퍼부었다.

            부디 독이 된 알갱이들이 씻겨 나가길!         

 

 

 

 

 

 

 

 

 

 

 

 

 

            꽃친구 할머니의 비법대로 돌나물을 무쳤다.

             나물 차체의 독특한 향 탓인지 양념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어때? 물으니

             그맛이 그맛이라는 대답.

             소송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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