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텃밭은 꽃과 채소 과일,모든 게 풍요로웠다.
바지런한 일동무 하나 생기면서
물귀신처럼 발목을 잡고 늘어지던 풀들로부터 해방이 되자
꽃씨 뿌린 자리에서 노닥거릴 시간이 많아졌다.
내 꿀떨어지는 눈빛과 간절한 기도를 끝내 외면한 등심붓꽃, 불암초와 달리
별 기대없이 마구 뿌려댄 구절초와 매발톱과 수박풀은 풍작이다.
성장이 빠른 락도요 선생님댁 수박풀 모종까지 얻어와 심어놓으니
든든하기가 만석군 부럽지 않다.
허구헌날 꽃 보러 다닌다며 그래,뭐가 제일 예뻐?
누가 물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수박풀.
첫 대면에서 기절할 듯 호들갑을 떨었던 꽃들이 어디 한둘일까마는.
지난 가을 출사팀에 합류하기 위해 이른 새벽 호원동주민센터에서 차를 기다리다
대형 화분에서 익어 떨어진 씨앗을 주워왔다.
골목에 이 보다 더 잘 어울리는 꽃이 또 있을까 싶게
이런 걸 신의 한수라 하나 싶게
멋지다!
꽃잔디,맨드라미,채송화,메리골드,돌단풍에 피마자, 그동안 시도했던 모든 꽃들은 이제 잊어주마.
바쁘기만 하고 어쩐지 덜 행복한 것같은 날들이 빠르게 흘러 벌써 7월.
7월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