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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선물

by 타박네 2020. 12. 23.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누구에게나 있고 내게도 비켜가는 법 없는

이런저런 고통과 분노와 욕망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웃고 있는 나에게.

나를 스치고 가는 시간들이  남기고 간,

퇴행성 관절염이며,주름,검버섯,심각 단계의 건망증같은 흔적을

무공훈장처럼 자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나에게.

아름답지만 무익한 것들을 조금 더 사랑하는 나에게.

이렇게 살아줘서 고마운 나에게.

내가 나에게.

 

아직도 온라인 주문을 하지 못한다.

해서 책을 사야할 때는 목록을 적어 남편에게 내민다.

평소엔 두 권이나 많아야 세 권 정도.

이번에는 열 권을 한꺼번에 부탁했다.

뭔가 충만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기분좋은 허기 앞에 잘 차려진 밥상같은.

남이 정색을 하고 주면 여전히 멋쩍은 게 선물이지만

며칠동안 인터넷 바다를 헤엄치며 건져올린 책들이 박스에 담겨

내 앞에 툭, 떨어지니 무슨 횡재라도 한 것처럼 앗싸리한 기쁨.

내년에는 더 통크게 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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