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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나룻길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꽃 시샘

by 타박네 2021. 2. 18.

화요일, 개인 사정으로 휴가 중인 실장님과 할 수 있는 최상의 놀이,걷기.

솔잎이나 참나무 마른 잎이 깔린 폭닥한 흙길은 별들의 꿈의 길,

레드 카펫보다 감동적이다.

아름다운 아침이에요, 반가워요,

좌우 번갈아 바라보고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걸은들 뭐랄 사람도 없다.

스스로 민망함만 감당이 된다면.

평일이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없어 좋다 했는데

인근 군부대에서 사격 연습이 한창이었다.

사격장이 보이는 길을 막아 우회해야 했다.

오늘은 두루미 식당 휴업이겠군.

 

날이 차면 하늘이 맑다.

대충 그랬던 것 같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놓아야 하는 건 하늘의 이치도 매한가진지.

골짜기에 봄꽃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기별을 받고나면 꼭 이런다.

써글놈의 꽃샘바람.

속아넘어가기 딱 좋게 한 며칠 달콤한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안면을 싹 바꿔 한기가 돈다.

예상치 못한 냉대는 더 서러운 법인데,순진한 꽃님들 상처 받을라.

겨울 추위는 살이 떨리지만 봄 시샘 추위는 뼈가 시리다.

시샘이 그렇게 무서운 거다.

푸른 하늘 원없이 바라본 삯으로 맵싸한 바람에 뺨맞고 벌겋게 얼어 돌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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