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그녀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뿐이었다.
책은 그녀에게 아무런 만족도 주지 못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의 도피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과 자기를 구분지었다. 85p
필연과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88p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201p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358p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411p
라떼와 아메의 한가로운 오후.
우리 아파트 개냥이.
외출할 때마다 쪼르르 달려와 반가운 척 친한 척하며 온갖 애교를 떤다.
이 녀석 때문에 가방 속에 간식을 챙겨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