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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나룻길

연강길 11월(2)

by 타박네 2021. 11. 22.

      

      내 가방을 제 어깨에 둘러메는 양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다.

      이미 작정하고 도움 받기로 한 나는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짧은 인사치레 따위는 생략한다.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공단풀과

      범부채 씨앗이 든 비닐봉지까지 내 손에서 낚아채 들고는 

      성큼성큼 앞서가는 카도쉬 사장. 

 

      풀이 덜 우거지고 바람이 잘 통하며 전망 또한 기막힌 자리를 몇 군데 봐뒀다.

      땅이 얼기 전에 꽃씨를 심기로 했다.

 

 

 

 

      양상추가 미어터지게 든 카사장표 게맛살 샌드위치는 언제 먹어도 환상적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맛 없다며 제 몫으로는 달랑 빵만 두 쪽 구워 나왔다.어이없음.

      앞으로도 쭉 간식은 자기가 맡겠다니 우린 그저 전적으로 믿는다.

       여기?

      올들어 처음 만난 두루미 가족

 

 

 

 

      율무와 콩, 가을걷이가 끝나자 여기저기 수북 쌓인 땅꽈리 열매들이 지천이다.

      카사장은 꽃보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이나 버섯 열매에 관심이 많다.

      언니들은 사진이나 찍으라며 추수 끝난 콩밭에 쪼그려 앉는다.

      뭐가 얼마나 있다고 저러나 바닥을 헤집어보던 실장까지

      감탄사를 비명처럼 지르며 본격적으로 덤벼들고

      아직 환자인 나도 할 수 없이 털푸덕 자리를 잡고 앉아

      봉다리 안에 든 마른 콩껍질을 깠다.

 

       타도시에서 트레킹 오셨다는 분들이

      우리 하는 게 재밌어 보였는지 달려들어 서너 움큼 주워 주고 가셨다.

      하얀 푸대자루를 들고 다니시길래 우리처럼 이삭줍기를 하나보다 했다.

      알고 보니 길가 쓰레기를 주워담아 오신다고.

      하이고야, 부끄럽고 감사하고 그랬다.

      자손만대 복 받으소서!

 

      오합지졸부터 질서정연한 무리까지 철새들이 쉼없이 오가는 하늘은 미세먼지로 잿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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