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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걷는 길

오후 산책, 6월 21일

by 타박네 2022. 6. 21.

 

 

 

 

 

 

 

 

 

 

 

 

 

 

       

 

 

 

 

       이 길에는 약수터가 두 군데 있다.

       운동기구까지 설치된 첫번째 약수터는 무슨 사정이 있는지 폐쇄되었다.

       거기에 비해 여기는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되는 데다 수량도 일정해

       아주 가끔 물 긷는 분들이 보인다.

       약수터 안내 팻말이 서있는 길 초입에 오토바이 한 대가 주차되어 있어 

       누군가 있겠구나 했다.

       올라가 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통에 물을 받고 계셨다.

       물이 어찌나 좋은지 찬물에도 알갱이 커피가 부드럽게 녹네 어쩌네 하며

       이름난 약수터마다 물통이 줄을 서던 때는 벌써 옛날이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다리쉼을 하며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오호,

       이 분이 이 구역 전문가셨다.

       앞산 뒷산 할 거 없이 밟아보지 못한 산길이 없을 정도라 한다.

       한 사십 년 살며 봄이면 나물하러 사방천지 겁없이 돌아다니셨다 한다. 

       오래 전 어느 해 이 산길 어디쯤에서 운동하러 나온 여자 상대로 몹쓸 짓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돌았었다.

       그때 현장을 직접 목격하셨다며

       그 뒤로 자꾸 섬뜩한 생각이 들어 한동안 이쪽으로는 발길을 끊었었다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상한 놈들이 다니는 것 같으니

       호신용으로 뭐라도 들고 다니라 충고하신다.

       들고 올까 말까 망설이다 것도 짐이라고 놔두고 온 등산용 스틱을 떠올리는데

       마치 내 속을 들여다 본 양 그깐 스틱도 빼앗겨버리면 무슨 소용있겠느냐 한다.

       아울러 어지간하면 으슥한 길은 혼자 다니지 말라신다.헐~

       약수터에서 목 좀 축이고 가던 방향으로 좀 더 진행해보려던 참이었는데...

       5월 20일 집을 나간 강아지 달래처럼 소심하고 겁 많은 나,그만 기가 팍 꺽이고 말았다.

       대신 약수터 위로 사람 다닌 흔적이 보이니 저기나 올라가봐야겠네요 했더니

       거기 가봐야 군인들이 파놓은 참호 뿐이라고.

       해서 약수터 왼쪽으로 난 희미한 길로 방향을 틀었더니 

       거긴 길이 아니라 물 뜨러 왔던 남자들이 소변 보는 데라고, 더럽다고.ㅠ

       할 수 없이 터덜터덜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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