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하지만 쨍한 햇살이 없어 헐렁헐렁 쏘다니기 그만인 한여름 오후의 들판.
택사와 질경이택사가 나란히 서있는 웅덩이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떡하니 앞을 막아선 거미줄.
병아리 노랑이 들어간 줄무늬, 이런 색상 조합 마음에 든다.
대자로 다리를 뻗고 선 모양이 꼭 골대 앞에 선 골키퍼같아 피식 웃음이 났다. .
장우산으로 살그머니 걷고 나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너도 나처럼 세상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구나 싶어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진이나 한 장 찍고 돌아가자,
셔터를 누르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벌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들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눈 깜빡 한 번 하는 사이,벌이 버둥거려볼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돌돌돌 말아버리는데...햐아, 정말...
거미 입장에서는 한끼 먹어보자고 공들여 그믈을 만들어 치고
소리죽여 기다린 오랜 시간 뒤에 포획한 먹잇감이겠으나
순간 느닷없이 비좁고 깜깜한 공간에 갇히는 것같은,
공황발작의 순간이 오버랩되면서 숨이 콱 막히는 오싹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