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서울역 AS센터를 다녀온 이후 찍히긴 잘 찍힙니다만
색상이 피죽도 못 먹어 누렇게 뜬 얼굴같습니다.
아,이런 표현은 절친 어르신들에게 들은 거구요.
실제로 보거나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아무튼 그렇거나 말거나 어깨에 턱 카메라 둘러메고 나설 때 발걸음에 신명이 묻어난다면...
그렇죠, 연강길.
마트 앞에서 실장님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에 카메라 테스트랍시고 나팔꽃을 찍었는데요.
아이고야, 신명에 찬물 끼얹는 누리끼리는 여전하더군요.
사실 자백하자면 잠시 이성을 잃고 선무당 노릇을 좀 했었죠.
화이트 밸런스나 색공간 이런 데로 막 들어가 이것 저것 툭툭 찔러 본 게
카메라 잡은 화근이었던 겁니다.
카메라가 오락가락 하던 즈음부터 어쩌다 동네에 슨수님들이 뜨면
버선발로 달려나갈 만큼 반가웠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카메라 좀 봐주세요 하고 내밀었을 때 거리낌 없이 슥슥슥 만지는 모습을
곁눈질로 몇 번 봤다고 그 흉내 내다 이꼴 난 겁니다.
그래도 아예 무관심이었던 과거에서 한 발짝 발전한 거죠.
그러고 보니 이날 이후 연강길을 못 갔군요.
그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으며
그런 와중에 기사 딸린 움직이는 도서관에서 서너 시간 책을 읽고
거의 지하세계나 마찬가지인 어느 전철역 계단을 이용해
빡쎄게 운동하며 심신을 단련 중인 건 아실테구요.
해서 멀대같은 아까시나무와 개안마루에서의 커피 한 잔이 얼마나 간절한지도 아시겠지요.
두루미들이 일부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우아한 그 날개짓이 눈에 선하네요.
연강길,가까이 두고도 이렇게 그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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