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일 전 산책 중 풀린 등산화 끈을 밟고 그대로 철푸덕 넘어졌는데요.
하필이면 흙길이 아닌 찻길 옆 보도블럭에서 말이죠.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
쓰러진 상태에서 놀라 달아났던 혼을 불러들여 수습한 다음
가장 먼저 한 행동이 사방을 휘둘러본 거였으니 틀림없을 겁니다.
그 덕분이라랄 것 까진 없지만 거의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의
또다른 행운도 있었죠.
더 진행하려던 산책을 중도에 포기하고 빠른 길을 잡아 집으로 가던 중
흰꽃광대나물 군락을 발견한 겁니다.
병 주고 약도 주고...사람 사는 일 참 재미있어요.
아무튼 죽지만 않는다면요.
제 기준으로 제법 찬 날씨여서 옷이며 장갑까지 중무장을 한 덕분에
피 철철 뼈 댕강 핑계김에 안면 성형은 면했습니다만
출사랍시고 쏘다닌 이후부터 그려지기 시작한 푸르스름 거무스름 컬러플한 다리에
화룡점정 시커먼 멍자국을 진하게 남기게 됐습니다.
멍든 무릎보다 카메라를 메고 있던 어깨와 팔 통증이 아직까지 신경쓰입니다.
그까짓 게 뭐라고 넘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 몸을 던져 보호하려 했었던 거죠.
그럼에도 제 외상만큼 카메라도 내상을 입고 말았는데요.
가뜩이나 무언가 시원찮던 것이 이제 툭하면 대놓고 파업을 합니다.
눌러봐서 찍히면 찍고 작동이 멈추면 걷고 그러면서 아직까지 저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고민이 깊어집니다.
생각 덜어내기 훈련 기간에 이런 일이 또 생기네요.
쉽싸리
찰피나무.
지난 해에도 딱 이 모습까지만 봤습니다.
꽃 보기 힘드네요.
올해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꽃씨는 모두 뿌려졌습니다.
속 시원합니다.
찔레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그렇다면...가봐야 할 곳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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