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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향기

북아트 세 번째 날

by 타박네 2010. 9. 17.

2단 플레그북과 주머니 폴드북

 

이제는 아주 염전에 쳐박힌 배추마냥 기가 팍~ 죽어서

난 수업시간이 공포스럽고,

뭐라 그랬어? 몇 센티라고? 어디다 붙이라구?

쉴새없는 내 질문공세에 피로감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내 짝꿍의 얼굴은 안쓰럽다.

친정 엄마와 나이가 비슷하단 이유로 무진장 많이 참아주는 게 분명하다.

눈이 여전히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걸로 봐선

그나마 아직은 견딜만은 한가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이분법으로 나누며 살아왔다.

어릴적 세상은 레이스가 달린 하얀 양말과

빨간구두를 사 줄 수 있는 부모를 가진 복터진 아이들과

타이어표 검정 고무신을 신은 지지리 궁상 아이들로 구분되었으며 

학창시절엔 공부 잘해 선생님의 애제자에 등극한 자신감 넘치는 학생과

귀싸대기나 맞으며 주눅든 학생으로 양분된 세상을 보았고

어른이 되어선 대박 복권 당첨된 듯 시집 잘 가

까만 썬그라스 쓰고 멋진 승용차 몰고 다니는 

오뉴월 엿가락처럼 팔자 늘어진 여자들과

나이롱 쓰레빠 찍찍 끌며 콩나물 한 웅큼에

장바닥 상인과 시비를 하는 여자들로 선명하게 나눠졌다.

그러나 어느날부턴가

많이 배웠거나 예뻤거나 자식이 서울대를 갔거나

남편이 벼슬을 하고 있거나 다 똑 같아 보인다.

더이상 사람을 나누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요즘 다시 도진  몹쓸 그 이분법.

세상 사람들이 손끝이 야물어 뭐든 척척 잘 만들어 내는 사람과

기껏 설명을 해 줘도 말귀까지 못 알아들어

버벅거리는 뒤퉁맞은 사람들로 구별되면서

후자 그룹에 속한 난 자랑할 거라고

푸지게 먹은 나이 밖에 없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진다.

오늘도 쌩쌩한 황새들 따라가려고 늙은 뱁새 가랑이 째질 뻔했다. 

주머니 폴드북

2단 플레그북

오늘의 커피마담 하늘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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