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 무렵 딸아이가 그린 자화상.
우리가 고심 끝에 지어준 이쁜 이름 대신
이날까지 꿀꾸리로 불리는 딸이다.
사춘기 접어들어 잠시 도끼눈을 하며 거부하더니
이젠 아주 편안하게 적응했는지 포기했는지
십리 밖에서
꿀꾸리! 하고 불러도 아무렇지 않게 엉! 대답한다.^^
며칠 전 딸아이가 졸업 사진이라며 준다.
이게 도대체 얼마짜리 학사모냐,
조석으로 째려 봐야지~ 하며 들고 왔다.
마땅하게 놓을 자리를 찾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쌈짓돈 모아 손주딸에게 사 주신 피아노 위에 올려 놓았다.
휑하던 거실이 복사꽃 동산인듯 화사해진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젠 정말 늙었나 보다.
들며나며 사진 속 꿀꿀교주와 눈 맞추고 있는 나를 본다.
딸아이 키우면서 사진 참 많이도 찍어 남겼다.
카메라 앞에서 방긋방긋 잘 웃던 아기가 자라
중학교 무렵부터 내가 들이대는 카메라를 슬슬 피하기 시작하더니
기숙학교에 입학한 고등학생 무렵에 아주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끔 빛바래가는 앨범을 뒤적이는 것으로 그리운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우리집과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본원사 마당에서
소요산 약수터.
시골 할머니댁, 독구와 놀고 싶은 꿀꾸리
응가하는 순간에도 독서삼매경
종이상자로 만든 티코 자동차
향란이모네 집 텃밭에서
남편이 딸아이 방 창문 높이에 마루를 짜 넣어 2층같은 놀이방을 만들어 줬다.
햇살 잘 드는 여기서 늘 레고놀이를 했다.
숨었니?
미운 일곱살. 앞니 빠진 갈강새~
슈웅~~비행기 타고 서울 가기
손녀 사랑이 각별하셨던 어머니.
입학, 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한복 곱게 차려 입으시고
세상에 둘도 없는 손녀딸 보러 앞장서곤 하셨다.
할머니가 레이스 달아 만들어 주신 원피스를 입고~
인형 이불이며 옷 등 손녀 인형놀이 소품 담당이시기도 했다.
유치원 졸업식
초등학교 입학식
놀이터 친구들과 엄마들까지 초대해 요란하게 치룬 꿀꾸리 세 번째 생일.
딸아이가 열살이 될 때까지 어머님이 집에서 직접 수수팥떡과 백설기를 만들어 주셨다.
우린 항상 제 나이 수 만큼의 꽃을 선물했다.
다섯 살 생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생일.
앨범을 뒤적이며 생각했다.
참 분에 넘치는 효도 많이 받았구나.
꿀꿀아! 네가 해야할 효도는 이미 다 했다.
앞으로는 네 멋 대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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