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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흥룡사 바리스타 스님

by 타박네 2013. 7. 21.

 

약초대장님으로부터 통일 대염주 이야기를 듣고

흥룡사를 찾은 것이 그러구러 벌써 일 년 전인가 보다.

                          정말이지 살아볼 거 없이 세월 참 빠르다.

                          그 사이 대염주와 함께  혜문스님은 어디론가 떠나셨다.

 

어제 거지 적선하듯 햇살 반짝 보여주던 하늘이 또다시 아침 굶은 시엄니 얼굴을 하고 있다.

방구석에 앉았더라면 뻔한 부침개 타령과

무심한 하늘을 향한 소심한 삿대질로 하루를 탕진했을 테지만

산사에 오니 느닷없이 느긋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된다.

먹장구름도 죽창같은 빗줄기도 자연의 기똥찬 퍼포먼스쯤으로 보인다.

 

예불 중인 스님의 털신과 우산.

이 기묘한 조합을 보자 비식 웃음이 비어져 나오며

불상 앞에서 잔뜩 긴장했던 세포들이 일순 무장해제를 한다.

찢어진 고무신 뒷축을 꿰맨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스님께 여쭤보았다.

혹시 바느질 배워보실 생각 없으세요?

바느질이라면 이미 많이 해 보셨단다.

아깝다! 규방공예 제자 한 명 더 들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

대웅전 맞은 편,이전에 없던 불교용품 무인판매소가 생겼다.

사람이 지키고 있지 않으니 편안하게 구경하고

필요한 물건을 골라 가격표 대로 값을 치르고 가면 된다.

거스름돈도 준비되어 있다.

그 한 켠에 마련된 널찍한 통나무 탁자에서는 커피와 전통차도 마실 수 있다.

특별히 타 주신 향긋한 연잎차만으로도 감읍할 일인데 커피 맛도 보고 가라 하신다. 

 바리스타 재현스님.

 

세찬 빗줄기와 따끈한 커피 그리고 더없이 편안하고 유쾌한 스님의 말씀.

새털처럼 가벼이 말씀 하시나 결코 가볍지 않았던 말씀 곳곳에서

스님의 높은 법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단세포 아메바같은 나란 인간, 오늘 세포분열 하고 온 것처럼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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