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밤송이가 한여름 햇살에 여물어가고 있는 이곳에서 출발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남들 다 알고 있는 등산로보다 길이 덜 험하고 훨씬 가깝다 한다.
사위질빵 흐드러진 임도를 지나고
잦은 비에 조금 험악해진 숲길을 지난다.
이 지점에서 얼마 가지 않아 길을 잃었다.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해 아마존 정글로 날아온 줄 알았다.
계곡을 끼고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서너 번 반복한 끝에 가까스로 다시 길 위에 섰다.
방황한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란 듯 짠 하고 나타난 약수터.
주변에 깨진 기왓장이며 사발 조각이 나뒹구는 걸로 봐서 절터가 멀지 않다.
물이 바위 사이에서 똑똑 떨어진다.
철분 때문인지 바위가 붉다.
수령이 족히 500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 느티나무 아래~
연분홍 상사화
우리나라 최북단 상사화일 거라는 어느 분 말씀에 가장 고지대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덧붙인다 해도 그다지 과한 구라뻥은 아니지 싶다.
산층층이
박주가리
불볕이니 찜통이니 부르다가 그도 성에 안 차
용광로 더위로 낙찰된 이 어마무시한 폭염속에
풀숲을 헤매고 다니느라 흘린 땀이 서 말.
인적 없는 계곡을 보는 순간, 꽃이고 나발이고 일단 풍덩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