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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등잔 밑 산책

by 타박네 2014. 1. 3.

한바탕 퍼붓고 싶은 걸 애써 참는 듯

불만 가득한 하늘과 초록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희끗한 잔설로 공원은 을씨년스럽다.

늘 함께 있어 소중함을 잊고 사는 가족처럼

이 강변 공원도 가까이 있어 외면하게 되는 등잔 밑 같은 장소다.

 

아주 오래 전 이 언덕에는

집채 만한 곰보돌 사이사이 올챙이 바글바글한 크고 작은 웅덩이들과

유난히도 잔디가 보드랍던 아기 무덤과

삘기와 깜부기가 발치에 채이던 좁은 오솔길,

풀숲에서 하늘거리던 노란 원추리꽃이 있었다.

 

부모님을 따라 따뜻한 남쪽나라를 떠나온 너댓살 무렵 부터

오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이 강 언덕에 기대어 살고 있다.

한탄강과 고탄교(에반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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