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절터에서 시작해 공주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보다
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비에서 시작해
팔각정을 돌아 하백운대로 오르는 길을 더 좋아한다.
공주봉 쪽은 경사가 가팔라 처음부터 진을 쏙 빼지만
팔각정 코스는 경로당 산책로라 불릴 만큼 편안하다.
길을 잘 모르는 일부 등산객들은 자재암에서 하백운대로 들어서는데
그 코스는 산 좀 탄다하는 사람들이면 몰라도
나처럼 어설픈 사람에겐 유격훈련에 버금가는 힘든 코스다.
극기 훈련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비추다.
참전비에서 출발해
팔각정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칼바위 능선 - 나한대 - 의상대 - 공주봉까지
완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 ~ 4시간.
다리 가볍던 한 때 나도 산언니의 도움을 받아 3시간대 주파를 하고는 우쭐댄 적이 있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게 뭐 자랑할 일이었나 싶다.
오늘은 절터에서 공주봉까지만 올랐다.
매표소 공사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오후 약속이 취소 됐다.
물 한 병 커피 한 봉다리 챙겨 넣고 홀로 집을 나섰다.
산 입구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몽롱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하루 건너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고가 지구상에서 처음 벌어진 비극일까마는 이번 참극은 유독 아프다.
그동안 잠잠하다 다시 스믈스믈 기어나온 불안을 떨쳐버리자면 사람보다는 자연이다.
온 국민을 집단우울증에 빠지게 한 이 사건을 제외하고 내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불안과 공포는
어찌보면 스스로 지어낸 마음 속 허상에 불과하다.
그 허상의 본질을 찾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 만이 답이다.
별거 아니었구나 확인해야 한다.
거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매화말발도리
족도리풀
윤판나물
천남성
나처럼 혼자 올라온 아가씨에게 공주봉 인증샷을 부탁했다.
생긋 웃으며 자, 그럼 하나 둘 셋을 할게요 하길래 그럼 그러시라 했더니
이제 처음 숫자를 배우는 아이처럼 목청껏 하나 둘 셋을 외친다.
그 천진한 모습에 절로 엄마 미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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