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 둥근바위솔
높은 바위 꼭대기에 오종종 모여있습니다.
선수님들처럼 쭉 잡아당길 연장도 없고
내 키 두 배는 돼 보이는 바위를 타고 오를 배짱도 없고
시늉은 또 내보고 싶고... 어쩝니까.
까치발하고 가뜩이나 남들보다 짧은 팔 있는 대로 잡아늘려 담아봤네요.
비록 어줍지만 이 그림에 제 머리 속 영상을 더하니
어제의 감흥을 되살리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입니다.
들인 공을 생각하니 공개하기 아까울 지경이네요. ㅋㅋ
진사님들은 햇살 받은 꽃들을 좋아하시지만
제 똑딱이는 그늘진 꽃을 더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가서 보았으니 이제 해국에 대해서 이박삼일은 떠들 수 있게 됐어요.
칠엽수라고 당당하게 말했다가 망신살 뻗친 팔손이.
민망함을 감추려고 느닷없이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처럼
갈라진 잎을 하나 둘 세어봤습니다.
일곱 개도 있고 아홉 개도 있더군요.
뭐 손가락이 아홉 개도 있고만요,
내뱉는 것도 삼키는 것도 아닌 소리를 해 봤지만
아무도 들은 척 안 합니다.
빛깔이며 자태며 누가 봐도 나 꽃이요 하고 온 몸으로 말하는 듯 합니다.
해서 아무렇게나 똑딱 건드려도 본전은 챙길 거라 생각했어요.
헌데 집에 와 주루룩 줄 세워 보니 가관입니다.
세상에 만만한 꽃 없습니다.
주홍서나물
이게 무슨 꽃이냐 물어보십니다.
서당개 경력으로 치면 전문가 뺨 치고도 남을 저인지라
이번엔 아주 자신있게 곰취! 라고 외쳤지요.
망신 망신 개망신이 따로 없습니다.
일행분들에게 즐거움 드렸으니 뭐 그걸로 위안 삼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곱씹을수록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십 년째 계속 진행 중인 갱년기 증세는 아니지 싶네요.
계요등
댕댕이덩굴
제사보다 젯밥이죠.
전문가 탐사팀에 빈자리가 났다 하고 출사 장소가 울산 대왕암이라 들었을 때
사실 내심 해국이고 나발이고
비릿하고 짭쪼롬한 바닷바람 쐴 생각에 얼씨구 절씨구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분들이 들었다면 기함할 소리죠.
잔잔한 바다에 뛰노는 은빛 햇살은
기꺼이 하룻밤 잠을 반납하고 따라나선 보람이었습니다.
제주에만 있는 줄 알았던 해녀가 보입니다.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은 없어 못 팔 지경으로 보였습니다.
주문을 받고 손질하는 아주머니의 손이 기계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더군요.
없어 보일까봐 남들 몰래 바닷물을 찍어 먹어봤습니다.
제가 맛 본 바닷물 중에 가장 달고 간도 딱 맞았어요.
그러니 당연 이 물 먹고 자란 해산물도 남다를 거라 생각했답니다.
해서 용기를 내 평소 안 먹던 남의 살 몇 점 맛 봤습니다.
노느니 염불하고 노느니 장독 깬다고 말들 하지만
제 심성이 그리 고상하거나 괴팍하지 않아 두 가지 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느니 연 이틀 북으로 남으로 종횡무진 달렸습니다.
백수 과로사가 제 소원인데 그 꿈을 이룰 날이 머잖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