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룩셈부르크 참전비에서 시작해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칼바위 나한대 의상대를 지나
공주봉에서 하산,완주했다.
40대 중반 그야말로 죽고살기로 오르고 뛰어 내려오면서
시간 분 초를 재던 산행 이후 처음이니 완주는 정말 오랜만이다.
세월이 좀 먹더냐 느릿느릿 걸어 여섯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산길에 꽃은 커녕 단풍도 다 시들었기 망정이지
아니었음 해질녘에나 내려왔을 거다.
중백운대에 간이 주막이 차려져 있다.
한복 허리끈으로 질끈 묶은 주모 없어도
술 한 잔 받아먹으려는 사람들로 탁자 주변 발 디딜 틈이 없다.
한 사발 이천 원, 메루치와 마늘쫑 안주는 공짜.
한 사발 사서 실땅님과 나눠 마셨다.
기분 탓이겠지만 기막히게 맛나다. 크아~~
칼바위
나한대 오르는 길은 정말 재미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멈춰 서 쉬는 시간이 적으니 아무래도 덜 먹게 된다.
하백운대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느지막이 먹는 소박한 점심.
처음 라면을 만든 사람은 누굴까?
노벨 식품학상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노숙자 밥상 맛에 산에 간다.
어디 가나 인산인해.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나무 반 사람 반이다.
의상대 표지석 부근 바위 위에 사람들이 소복하다.
한참을 기다려 어느 정도 빠진 다음 올랐으나
그럼에도 결국 인증샷 찍는 데는 실패했다.
587m 표지석 옆 자리가 당최 비질 않는다.
앞 사람 엉덩이 보며 줄줄이사탕 처럼 묶여 오르다
잠시 등산로를 벗어났다.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뽀송뽀송하게 의상대까지 넘은 기념샷!
어쩌자고 ~
지려거든 피지나 말고 피려거든 지지나 말고
구절터 가까이 왔다.
소요산 포토존인 듯.
남들 하니 우리도 해 봤다.
돌탑을 사이에 두고 나는 위에서 실땅님을 찍고 실땅님은 아래서 나를 찍고.
단풍 보자면 굳이 애써 산에 오를 것 없이 자재암 진입로만 걸어도 충분할 듯!
너도 어쩌자고~
소요산역 입구에서 미성의 무명가수가 조용필의 꿈을 부르고 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 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화려함을 찾아 떠나지는 않았으나
그 화려한 도시 한 귀퉁이에서 뜨거운 눈물을 삼키던 한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찌르르 하다.
아까 마신 막걸리가 식도를 타고 넘어갈 때와 비슷한 증상이다.
찌르르가 필요할 때 들으려고 주머니 탈탈 털어 CD 한 장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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