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를 보니 날씨, 흐리멍텅이더라고.
최근들어 어르신들 삭신예보 정도로 신뢰감을 회복한 기상청 말을 믿고
실땅님은 우비를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석대암 오르는 시멘트길에서 처음 비를 만났다.
실땅님에게 세상 살며 믿을 건 어머니 말씀 밖에 없노라 일침을 놨다.
알고 미리 챙긴 건 아니지만 내 가방 주머니에 우산 하나가 있어 다행이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비가 진눈깨비로 바뀐다.
제법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한기가 느껴진다.
가는비는 하산할 때까지 오락가락했다.
우산을 접어 넣었다 꺼내 펼쳤다 하기 귀찮아 아예 들고 다녔다.
간지러울 정도의 비는 그냥 맞고 다녔다.
여기서 무척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하나...
대체로 그렇지만 실땅님의 결정은 거침 없다.
숨이 멎을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껏 이런 화원을 본 적이 없다.
흐린 날씨 탓에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긴 했지만
무얼 더 바란다는 게 욕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꽃에 넋이 빠져 판단력이 흐려졌다.
되돌아 갔어야 하는데 곧장 내려왔더니 포천군 관인면이다.
지장계곡 유원지 길을 지루하게 걷다가 중리저수지에서 택배차를 얻어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오긴 했으나 전곡으로 곧장 가는 버스는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또다시 막국수식당까지 걸었다.
워낙 유명한 식당이니 거기까지 가기만 하면 얻어탈 차가 있을 것 같았다.
기대와 달리 식당 주차장은 텅비어 있다.
아마도 날씨 탓이지 싶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관인에서 실땅님 차가 있는 원심원사 주차장까지,
가야할 길을 생각하니 아득하다.
지친 몸까지 오들오들 떨린다.
식당 한켠에 편의점이 보여 따끈한 음료라도 마실까 하고 들어갔다.
음료를 찾자 주인아주머니가 서비스용 커피라도 뽑아 마시며
편히 쉬었다 가라 하신다.
출입구 가까운 곳에 있는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냉큼 달려와줄 사람이 내게 있나
곰곰히 생각해 봤다.
아직은 있다!
'야생화와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난 여인들 (0) | 2015.04.12 |
---|---|
대광골 만주바람꽃 (0) | 2015.04.11 |
봄이다, 꽃소풍 가자. (0) | 2015.04.04 |
내겐 너무 예쁜 할미들 (0) | 2015.03.31 |
동강 풍경 (0) | 201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