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자리공 꽃
열매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염색이다.
어제 타지 꽃탐사 중
길가에서 이미 반쯤 떨어져나간 열매들을 따 봉다리에 담아둔 걸 본 실땅님이
우리 동네 눈여겨 봐둔 실한 녀석 하나가 있으니
애써 모으지 말라며 큰소리 뻥뻥친다.
실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이건 뭐 잘 키운 포도나무라 해도 믿을 지경이다.
둘이 달려들어 따모으니 커다란 비닐봉투 하나 가득.
우리 집에서 가장 큰 곰솥 꺼냈다.
먼저 물 한 방울 섞지 않은 생즙에 옥사와 면손수건을 염색해 봤다.
피빛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서울 정도로 붉다.
명반 매염 후.
옥사의 반응은 격하고 면의 반응은 싸늘하다.
명반 매염을 2회.
옥사의 붉은빛은 안정적이나 면의 거부반응은 여전하다.
왼쪽 철매염 2회, 중간 동매염2회, 오른쪽 명반매염2회.
말 안 하면 그놈이 그놈.
객기나 오기 이런 데 부리면 안 되지만 어디 오늘 너 죽고 나 살아보자 하고
염액에 매염제를 섞은 동시염으로 세 번째 염색에 돌입.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싫단다.
나도 포기한다.
무명, 광목, 모시의 반응이 이같을 거라 생각 된다.
반면 실크의 반응은 옥사와 흡사할 것이다.
미국자리공,흔한 듯 싶지만 정작 쓰자면 쉽게 구하기도 힘든 염재다.
붉은 염료에 이름은 올라와 있으나 실용성 면에선 권장할 만하지 않다.
옥사.
왼쪽부터 생즙 명반매염1회, 열탕 추출액 명반매염2회, 동매염2회, 철매염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