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텃밭일기

텃밭일기6

by 타박네 2016. 6. 4.

 

 

   양철문을 열면 곧바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씨앗 뿌린 고랑에서 나온 상추는 이제 물 냄새만 맡아도 자랍니다.

     벌써 두 번 솎아 먹었어요.

     오늘 점심,깍뚝썬 두부만 넣고 자글자글 강된장을 끓였습니다.

     아기 목욕 시키는 일 만큼 조심스러운 게 여린 상추 씻기죠.

     변사또가 춘향이 어르고 달래듯 살살 다뤄야 합니다.

     그렇게 씻어 소쿠리에 건져놓은 상추에서 저절로 물기가 빠기길 기다렸습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커다란, 거의 세숫대야만한 스텐 양푼을

     창고에서 찾아와 욕심껏 상추를 담았어요.

     풀무덤같은 상추 위에 밥 두 주걱 퍼담고 팔팔 끓는 강된장을 팍 들이부운 다음

     고추장 반 숟가락,들기름 넉넉히 두세 숟가락 더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다 됐습니다.

     이제 썩썩 비벼야죠.

     체면 차릴 것도 밥상머리 예절 따위도 필요 없습니다.

     한 삼십 년 살아 무덤덤해진 부부에게 딱 어울리는 초여름 점심입니다.     

       상추 필요하신 분?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일기8  (0) 2016.06.18
텃밭일기7  (0) 2016.06.10
텃밭일기5  (0) 2016.05.30
텃밭일기4  (0) 2016.05.25
텃밭 일기3  (0) 201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