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생각한 것보다는 잘하고 있답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저는 잘 알고 있구요.
짬이 날 때마다 풀을 뽑았어요.
노란 꽃을 오종종 달고 있는 괭이밥도 민들레도
이제는 인정사정 없이 단칼에 파버립니다.
한동안은 고들빼기였는데 이제는 쇠비름과 전쟁 중입니다.
오늘 뿌린 씨앗들입니다.
씨 뿌리기 전 두 시간 정도 풀뽑기를 해 밭을 정리했어요.
어젯밤 내린 비로 흙이 부드러워 호미질이 조금 수월했죠.
그래도 두 시간은 무리였나 봅니다.
손가락 마디가 부어올랐어요.
앞으로 풀뽑기는 한 시간을 넘기기 말것.
토마토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랍니다.
순을 잘라줘야 한다는데 어디를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몰라
전문가가 왕림하실 때까지 두기로 했습니다.
락도요 선생님댁에서 얻어와 반고랑쯤 심어놓은 딸기가 자리를 잡았어요.
밭에 갈 때마다 서너 알씩 따 먹습니다.
간에 기별은 안 가지만 딱 기분 좋을 정도는 됩니다.
한 고랑에서 뒤죽박죽 섞여 자라는 홍화와 쪽 중
어느 걸 옮겨 심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며칠 더 지켜봐야죠.
꽃양귀비 씨앗 뿌린 자리에 열무같은 게 같이 나왔어요.
양귀비 어린 싹을 본 적이 없으니 지금으로선 뭐가 뭔지 당최 까막눈입니다.
둘 다 아니면 제가 뭘 심은 걸까요?
이번에는 숟가락 명찰 대신 봉투를 땅에 반쯤 묻었습니다.
땅콩은 다섯 개만 심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실땅님한테 한소리 들을 것 같아
부랴부랴 다섯 개 더 사다 심었습니다.
이 정도면 한 말 정도 수확할 수 있다니 누구 코에 붙이냐는 말은 안 듣겠죠.
점심 때가 다 되도록 밭고랑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이것도 일이라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더군요.
재벌친구에게 새참을 부탁했어요.
찹쌀떡과 냉커피를 들고 순정다방 마담보다 더 빨리 달려옵니다.
새참 먹은 게 아까워 다시 밭고랑으로 들어갔죠.
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재벌이 그럽니다.
농사 좀 지어본 것 같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