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언덕 위 애기무덤을 덮고 있던 유난히도 고왔던 잔디를
나와 함께 기억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고달플 때 생각나는 친구다.
무슨 일 있어? 물으니 그냥이란다.
소식이 뜸하던 친구나 지인에게 오는 연락의 대부분은 경사 아니면 애사다.
헌데 이도 저도 아닌 그냥이라고.
아주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자 피식 웃음이 난다.
나 잘 살고 있어 한다.
지금 나한테 잘 살고 있느냐 안부 물은 거 아니지?
그렇단다.
네가 아니고 나 맞단다.
대책없이 녹아내린 마음이 찰랑거리자 느닷없이 목울대가 뜨거워져서
큭큭 웃음같기도 기침같기도 한 소리가 난다.
그냥 전화해줘서 고맙다.
잘 살고 있어서 더 고맙다,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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