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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근래 안부를 물으신다면~

by 타박네 2016. 11. 29.

 

             강원도 동해시 비천골에 자리한 여행자 숙소 '비천을 담다'입니다.

              프랑스자수 선생님인 연두의 정성어린 조식과

              커피감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루돌프양의 아주 특별한 커피로 이미 유명하죠.

              너른 마당을 환하게 밝혔다는 키 큰 은행나무 풍경은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움으로 남깁니다.            

 

           

 

              숙소 한켠의 식탁

              시래기된장국과 전복 새우장,수육,과일샐러드 등으로 차려진 아침밥상입니다.

               남의살 거부하는 저를 배려해 특별히 자연산 송이버섯장아찌를 내주었지만

               사실 사이다맛 나는 배추김치가 더 감동적이었죠.

               사진에는 빠졌습니다만.            

             루돌프언니라 불리는 숙소 바로 옆 커피 인트로 사장님의 스페셜티 커피와

              화목난로에서 구운 고구마의 조합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호사가 바로 이런 것이지 싶습니다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입 마를 때 먹으라며 연두가 챙겨준 자른 무 몇 토막.^^ 

             

              지난 토요일 첫눈이 내렸습니다.

               보통 첫눈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애매하게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단번에 확실하게 강렬하게 내렸죠.

               비천골에서 군고구마와 함께 커피 두 잔을 연거푸 마시며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향하는 걸음이 급해졌습니다.              

            출발하기 전 탐방로센터에 전화를 걸어 혹시 아이젠이 필요한 상황이냐고 물었습니다.

               신뢰감이 가고 듣기에도 편안한 중저음 목소리에 친절하기까지한 남자분이 굳이 없어도 될 것 같다 하시더군요.

               그 말도 맞지만 오르는 길의 대부분이 전날 내려 덜 녹은 눈으로 미끄러워 그다지 안전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있으면 더 좋을 상황이었죠.

            입구에서 자작나무숲까지 한 바퀴 돌아 내려오자면 걸리는 시간이 대략 3시간,거리로는 7 km가 넘습니다.

               가방 속에 아이젠 하나가 들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힘이 곱절 더 들 뻔 했죠.

 

 

 

 

 

             오래 전 강언덕 위 애기무덤을 알고 있는,

              어느 날 문득 아무 일 없이 그냥 전화하는 친구로부터

              어제 저녁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냥에 재미가 들렸나 했죠.

              뭐하냐 묻길래 밥 먹는 중이라 했습니다.

              음성에 무언가 다급함이 느껴져 상관없다고 했지만

              평소 예의바르기로 나라 안에서 으뜸 버금을 가릴만한 친구인지라

              상대가 상관 없다고 말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게 의아했죠.

              야, 너 그거 알아?

              뭐?

              나태주 시인이 우리 국민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거.

              그 풀꽃 시를 쓴 시인?

              그렇다니까.

              헉, 정말? 누가 그래?

              그 순간 나는 갈대숲이고 친구는 비밀을 고해바치는 이발사였습니다.

              뭐 전혀 기억에는 없습니다.

              늘 떠들어대지만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좋은 추억보다 몹쓸 기억이 더 많습니다.

              출석부 모서리로 정확히 두개골 중앙를 가격하던 선생님,

              영어시간 질문하는 학생에게 그런 건 알아 뭐하냐,

              대충 있다가 나중에 시집이나 잘 가면 되는 거 아니냐

              비야냥 거리던 선생님은 정말 최악이었죠.

              그런데 시인이라니요.

              당시 나이를 가늠해보니 선생님 젊은 시절이었겠어요.

              한시절 우리들 곁에 머물렀던,그랬다던 

              아름다운 분의 기억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덕에 그냥친구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들을 수 있었지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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