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잡기.
어린 동생이 전깃줄에 조로로 앉은 참새들을 향해 새총을 쏴대고 있었습니다.
막내 기저귀를 묶던 노란 고무줄에 튕겨나간 작은 돌멩이들은
참새 발 아래에서 맥없이 떨어져내렸죠.
툇마루에서 그 하는양을 지켜보던 노총각 삼촌이 부릅니다.
참새 아주 쉽게 잡는 법 가르쳐줄까?
먹고 싶진 않지만 잡는 거라면 저도 관심이 있었어요.
솔깃했습니다.
아주 쉬워..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지.
삼촌의 참새 포획작전은 이랬습니다.
먼저 감 이파리를 한 주먹 따서 햇살 뛰노는 마당 여기저기에 뿌린 다음
잎 하나에 땅콩 한 알씩 얹어놓으면 끝!
끄읕?
그래 끝!
그리고 기다리면 되는 거야.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를 맡은 배고픈 참새들이 날아와
감잎 하나씩을 차지하고는 땅콩을 쪼아먹지.
먹다 먹다 배 부르고 등 따수우면 졸리기 마련,
참새들은 따땃하게 데워진 감잎에 벌러덩 드러누워 그만 잠이 들어.
먹다 남은 땅콩을 베고 누워 골아떨어진 그때,
늦은 봄 햇살에 마르기 시작한 감잎이 도로로 말리며
멍석말이하듯 참새를 감아 옥죄는 그때,
과식으로 움직임이 둔하고 잠에 취해 업어가도 모를 그때,
잽싸게 주워 망태기에 담으면 된다는 말씀!
한 마디로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는 거였죠.
여기까지 듣던 제 넋은
순식간에 나래를 달고 아득한 허공으로 날아가 허우적거립니다.
허고 어디쯤에서 땅콩참새말이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풍경을 본 저는
신이난 나머지 설사똥마냥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이제 삼촌은 참새잡이의 마지막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잡은 참새가 새총으로 잡은 참새보다 훨씬 더 맛있는 거 아나?
삼촌의 참새 요리법은 잡는 것 만큼이나 간단합니다.
쬐깐한 고것들은 털 뽑고 자시고 할 거 없이 감잎에 말린 채로 불에 굽는데
부지깽이로 한 번만 뒤집어줘도 아주 바삭하게 익어
뼈가지 오독오독 씹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네요.
먹다 남아 베개로 썼던 땅콩 조각과
쫀득한 참새 허벅지 살을 함께 씹을 때의 그 맛은...너희들은 모를 거다.
달리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 삼촌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자리를 뜨고 난 뒤
그제서야 긴숨을 몰아 쉴 수 있었죠.
귀여운 참새를 먹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절로 고이는 침을 어쩔 수는 없었죠.
꼴딱!
그 쉽고 간단한 참새잡이는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38선 이북인 우리 동네에는 감나무가 없었죠.
언젠가 마당에 감나무를 키우게 되면 꼭 해보리라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에 여드름꽃이 필 때까지 그런 날은 오지 않았어요.
감잎을 구할 수 없었던 환경 덕에
얼척없는 삼촌의 허풍을 믿고 산 세월이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절대 제가 멍청해서는 아니었어요.
돌멩이 키우기.
마치 천기누설이라도 하는 것처럼 친구가 속살거렸습니다.
꽃씨처럼 땅에 묻고 물을 주면 쑥쑥 자라는 돌이 있다는 겁니다.
돌 키우는 사람의 오줌을 주면 더 좋다더군요.
아무 돌이나 다 되는 건 아니랍니다.
아주 오래 전 화산이 폭발했던 우리 지역에 흔한 바위나 돌은 거의 대부분이 현무암,
그 흔한 곰보돌은 당연 아닙니다.
강가 돌무더기를 헤집어 맞춤한 돌멩이 하나를 주워왔습니다.
돌 사이 빛깔이 다른 줄무늬가 길게 박혀 있었던 걸로 보아
편마암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보는 눈이 없는 틈을 타 마당 귀퉁이에 묻었죠.
시신을 암매장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이 심하게 떨렸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물 또는 오줌 주는 모습조차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친구가 신신당부를 했거든요.
그날 이후, 조석으로 물을 퍼날랐습니다.
숨겨놓고 먹여 살리는 자식처럼 남몰래 말이죠.
돌 성장에 좋은 거름이 된다는 말에 오줌 주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자랐을까.
매일 파보고 싶었지만 너무 닥달하면 돌멩이도 짜증이 나서 안 자란다기에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죠.
어느 날은 그대로인 듯 싶었고 또 어느 날엔 조금 자란 듯도 싶었습니다.
돌멩이 키우기는 알쏭달쏭한 날들이 지루하게 반복되자 시들해졌어요.
그러다가 마침내 줄무늬 간격이 한 칸쯤 더 늘어난 것으로
나름 결론 짓고는 휙 던져버렸습니다.
정말이야.
정말 한 뼘쯤 자랐다니까?
속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끝까지 벅벅 우겼던 것 같네요.
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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