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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텃밭일기 4

by 타박네 2017. 5. 26.

               남편이 출근하는 시간 저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텃밭으로 갑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딸기는 올 봄 효자 종목이죠.

                밥과 국이 사라진 아침 식탁에서 제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과일입니다. 

                사과를 기본으로 제철 과일 한두 가지는 꼭 챙겨먹습니다.

                딸기는 특히 좋아도 하거니와 식감이 부드러워 첫끼니 과일로 맞춤하죠.

                해서 마트 매대에 있는 한 빠뜨리지 않고 구입합니다.

                보다시피 이제 저는 딸기를 구입하는 대신 텃밭에서 따옵니다.

                단맛만 강한 하우스딸기에 비해 살짝 신맛이 감도는 게 오히려 좋네요.            

 

              요즘 제 주식입니다.

                밥 양을 줄여가며 상추를 먹어치운 덕에 살이 다 빠졌습니다.

                푸른 잎채소에 대한 제 식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적당한 비율로 섞은 된장과 고추장에

                으깬두부,송송 썬 각종 버섯,다진 마늘, 파, 들기름을 듬뿍 넣어 볶은 쌈장은 필수.

                쌈장만으로도 든든하므로 굳이 밥이 필요없습니다만 그건 제 생각이구요.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기겁을 합니다.

                고기 한 점 없는 것도 기막힐 노릇인데 밥까지 빠진 쌈이라니.

                그도 성에 차지 않을 때는 겉절이를 해둡니다.

                간장과 맑은 액젓으로 간하고 단맛이 어디에 숨었나 싶을 정도로만

                매실액 살짝 넣어 설렁설렁 뒤적여 놓습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산더미같았던 상추 무더기는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아버리죠.

                식감이야 좀 떨어지지만

                볼이 미어터지게 욱여넣고 눈을 부라려가며 씹어야 하는 생쌈에 비한다면

                편하게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종으로 심은 것보다 씨 뿌려 키운 상추의 맛이 월등합니다.

                한쪽에서 솎아 먹고 한쪽에는 씨 뿌리는

                시간차 상추농사로 저는 가을까지 쭉 즐거울 예정입니다.               

               지난 해 대박이 났던 가지가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는 영 맥을 못춥니다.

                다 잘 할 수는 없으므로 일단 기대를 내려놓습니다.

                제 키보다 더 자라 마치 무슨 열대 우림의 나무같았던,

                미끈쭉쭉 빠진 가지들이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매달렸던

                그때의 영화가 또다시 재현될 거라 믿고 다른 채소들보다 더 너른 땅을 배정해줬건만...

             뿌리 캐기가 귀찮아 그대로 뒀더니 더욱 힘차게 올라오는 초석잠.

               그대로 월동하는 것도 신기하고 풀을 이겨먹는 것도 마음에 쏙드네요.

              씨앗을 받아와 싹을 틔웠다는 두루미천남성입니다.

               이것 말고도 별의별 야생화들을 많이 얻어다 심었어요.

               아무리 지천인 꽃이라도 자생지에서 채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만은 원칙으로 삼고 지키려 합니다.               

 

               하수오라고도 부르는 큰조롱 싹이 드디어 올라왔어요.

                씨앗을 주신 분이 얼굴만 마주치면 물어보는 통에 참 난감했었죠.

                자리를 잘못 잡아줬나 물이 부족한가 은근히 마음 쓰였거든요.

                이제 만나면 묻기 전에 말해야죠.

                큰조롱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락도요 선생님이 주신 닥풀입니다.

                한방명으로는 황촉규.

                첫 대면에서 치마폭처럼 너른 연노랑 빛깔의 다섯 장 꽃잎이 참 인상적이었죠.

                어린 싹들이 담긴 플라스틱통을 들고 차에서 내리자

                평상에 모여 계시던 어르신들이 뭐냐 묻습니다.

                황촉규라고 들어보셨어요?

                닥풀이라고도 한다는데.

                일제히 고개를 젓습니다.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키는 이만하구요,

                다시 두 손을 모았다 한껏 벌려 꽃은 이렇게 크구요.

                접시꽃 닮았어요.

                당최 모르시겠답니다.

                그래서? 어디 심을 건데?

                밭에요.

                그럼 우린 못 보잖아.

                그러게요...

                그럼 꽃 필 때 우릴 데리고 가.

                아,그럼 되겠네요.

                왜 사진까지 찍어달라지.

                어르신 한 분이 꽃구경 제안을 하신 어르신께 농을 하십니다.

                그것도 좋구요.

                찍는 거라면 일도 아니죠.                         

               분갈이용 거름흙을 넉넉하게 뿌린 명당자리에 심었습니다.

                꽃 핀 어느 날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 짜장면 파티를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지화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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