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정이라는 꽃나무는 잎의 문양이 참 특이해 매력적이죠..
처음엔 잎 가장자리가 시들었는 줄 알았어요.
실땅님한테 완두콩 좀 따가라 했습니다.
주렁주렁 탐스럽게도 달렸어요.
아직 덜 여물었는데?
아닐 텐데?
아주 조금만 우겨보다가 실땅님 선 자리로 갔죠.
지는 햇살에 콩꼬투리 속이 훤히 보입니다.
만져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꼬리를 팍 내렸습니다.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고 심은 겁니다.
뜰보리수 맞겠지요?
너무 예뻐서 못 따먹었어요.
오이 두 개를 첫 수확했어요.
가뭄 끝이라 꽁지가 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조석으로 물 뿌려댄 보람이 있네요.
쑥갓이나 조금 뜯어가자며 따라와 잡초제거 작업에 열심이신 실땅님.
뒤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이제 그만을 골수십번 외쳐도 꿈쩍 않습니다.
꼴까닥 해 넘어간지 오래.
첫 수확한 오이 두 개 중 조금 더 작은놈 하나를 어석어석 씹으며 또 소리칩니다.
산에 가서도 버럭버럭 소리치는 건 늘 저죠.
실땅님이랑 있으면 늘 저만 나쁜년이에요.
이제부터 십 분당 만 원 받을 거야.
그만 해!
와서 오이나 먹으라고!
집에 가자고!
물론 제 수고를 덜어주려는 고운 마음에서 저러는 건 맞아요.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거 은근 중독성 있습니다.
무당이 요령 흔들듯 위 아래로 호미를 휘두르며
절대 못 떨어지겠다 바짓가랑이 물고 늘어지는 귀신같은 풀들을 기어이 캐내고
이제 평온을 찾아 보송보송한 땅을 볼 때,
그 희열은 해 본 사람만 알죠.
살풀이가 따로 없어요.
제가 그맛에 제초제 안 치고 미친 듯 풀 뽑아대는 겁니다.
실땅님도 그맛을 살짝 본 것 같습니다.